尹은 무죄, 임성근·이화영은 실형…같은 위증죄인데 왜 [법조계에 물어보니 733]
입력 2026.07.02 16:29
수정 2026.07.02 16:29
기억 반한 사실 진술이냐, 주관적 평가냐 관건
정황증거 밀도·기소 권한 여부도 결과 갈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방조, 위증 등 혐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있다. (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2025.11.19.ⓒ뉴시스
최근 검찰과 특검이 위증 혐의로 기소한 사건들의 1심 판결이 무죄, 실형, 공소기각으로 엇갈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의 증언을 문제 삼은 위증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다. 반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국회 청문회·국정감사 증언이 위증으로 인정돼 각각 징역 1년6개월,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완규 전 법제처장은 유무죄 판단 없이 공소기각으로 재판이 끝났다.
같은 '위증죄'인데 결론이 갈린 이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진술의 성격과 정황증거의 밀도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위증죄는 증인이 뭘 숨겼느냐가 아니라 자기 기억과 다르게 말했느냐를 보는 죄"라며 "같은 법리라도 진술이 사실을 말한 건지 의견을 말한 건지, 그리고 그걸 뒤집을 정황증거가 얼마나 촘촘한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위증죄는 증인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고 곧바로 성립하는 게 아니다. 판례는 오래전부터 증인 본인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왔다.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 말했다면 그 내용이 나중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위증이 아니라는 뜻이다. 법정 증언에 적용되는 형법상 위증죄와 청문회·국정감사 증언에 적용되는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죄는 근거 법률만 다를 뿐, 이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이 기준이 무죄로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총리 건의 전부터 국무회의 개최를 계획했다"는 취지로 증언해 기소됐다. 위증죄는 과거의 구체적 사실에 대해 기억과 다르게 진술할 때만 성립하며, 증인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 표명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는 특검 질문에 "난센스"라거나 "그렇다"고 한 윤 전 대통령의 진술이 사실 진술이 아닌 주관적 평가와 의견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 사건은 현재 특검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4.14.ⓒ뉴시스
반면 임성근 전 사단장과 이화영 전 부지사 사건은 의견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사실관계, 즉 '만난 적이 있는가', '비밀번호를 기억하는가', '술자리가 있었는가'가 쟁점이었다. 이런 사건에서는 증인이 실제로는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다고 부인한 것인지를 정황증거로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임 전 사단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명 로비 의혹 인물인 이종호 전 대표를 만난 적 없다고 부인하고,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목격자 진술의 일관성과 비밀번호를 갑자기 기억해낸 정황이 상식에 반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국회 청문회에서의 이른바 '검찰 술파티' 증언으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검사실 출입기록과 청사 내 CCTV 영상, 관계자 진술 등을 근거로 술자리 자체가 없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는 영상녹화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관된다고 보고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거짓말탐지기에서 '진실 반응'을 받은 점을 근거로 항소해 2심에서 다시 다퉈질 전망이다. 검찰은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해 항소를 포기했다.
이완규 전 처장 사건은 진술의 진위를 따지는 데까지 가지도 못했다. 삼청동 안가 회동을 국회에서 단순 친목 모임이라 증언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해당 의혹이 조은석 특검팀의 본래 수사 대상인 내란·외환 범죄와 무관해 특검에 기소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권한 없는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절차상 무효이므로, 진술의 허위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재판을 끝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특검과 이 전 처장 측 모두 불복해 쌍방 항소한 상태다.
결국 네 사건 모두 '기억에 반한 진술인지'를 따지는 위증죄의 기본 법리는 같았지만 진술이 사실인지 의견인지, 이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정황증거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기소할 권한이 있었는지에 따라 유무죄와 공소기각이 갈렸다. 적용 법률이 형법이든 국회증언감정법이든, 결국 증언의 구체적 성격과 정황증거의 밀도가 판결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로 작용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