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어디로"…조정식 국회의장, 원구성 강행에 '편파 진행' 논란 커지나
입력 2026.07.01 00:00
수정 2026.07.01 00:01
여야 대치 속 중재자 '국회의장' 역할 지적 나와
본회의서 여당 요구대로 상임위원장 선출 진행
"원 구성 마쳤지만 여야 대치 격화될 가능성도"
의장 측 "최후까지 중재자 역할 충실히 해"
왼쪽부터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 국회의장,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법제사법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대치 끝에 결국 일부 마무리됐지만, 조정식 국회의장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여야 협상이 끝내 결렬됐음에도 조 의장이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면서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원 구성안이 관철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회법상 권한 행사라는 평가와 함께 "중재자보다 여당의 요구를 뒷받침한 것처럼 비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법사위원장 배분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 결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여전히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자기들이 다 가져가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우리는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을 위해 법사위원장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사위를 우리 당에 배정하면 민주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법사위는)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를 해서 협상은 결렬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경제·외교·안보를 적절히 배려해 상호 이해가 절충될 수 있는 부분을,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균형점을 찾는 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만 고집했다"며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서영교) △정무위원회(유동수) △재정경제기획위원회(조승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광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송기헌) △국방위원회(진성준) △행정안전위원회(김영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재정)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서삼석)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김정호) △운영위원회(한병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맡으며 후반기 원 구성을 일부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국회 정상화"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이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한 만큼 국회법 절차에 따라 더 이상 국회 공전을 방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원 구성 자체보다 조 의장의 역할에 쏠리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이탈한 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다. 국회 운영을 총괄하면서 여야 갈등을 조정하고 협상을 중재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원 구성 과정에서 조 의장은 민주당이 요구한 시한에 맞춰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이 끝내 응하지 않자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추진해 온 원 구성안이 현실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의장이 민주당 논리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제 국회의장이 탈당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냥 민주당에 당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게 어떨까 싶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협상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장이 본회의를 강행한 것은 중재자로서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의장이 국회법에 따른 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맞선다. 한 달 가까이 원 구성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공전은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만큼 국회를 정상 가동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논리다.
이번 사태는 의장의 권한과 정치적 중립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회법은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의장은 당적을 이탈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중립적으로 보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장이 국회법 절차를 따른 것 자체를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여야 협상이 사실상 파탄 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여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원 구성이 이뤄졌다는 점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장은 법률상 중립뿐 아니라 국민이 보기에도 중립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는데, 이번 결정은 그런 측면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후반기 원 구성은 마무리됐지만 여야 대치는 오히려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논란은 단순히 법사위원장 배분을 넘어 의장이 어디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또 어디까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지를 둘러싼 새로운 논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장현주 국회의장 공보소통수석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의장께서는 오늘을 포함해 이전에도 수차례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도했다"며 "오늘까지도 본회의 미루고 여야 원내대표들을 불러서 최후까지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