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금감원 '예방적 소비자보호' [기자수첩-증권]
입력 2026.07.01 07:06
수정 2026.07.01 07:06
삼전·하닉 레버리지 후폭풍
금감원장, '반성' '후회' 언급하며
예방적 소비자보호 실패 인정
소비자보호 '신화' 취약성 증명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사전 예방적 소비자보호'
금융감독원이 이찬진 원장 취임 이후 설정한 방향성이다.
'사전'과 '예방'은 중복이라 비문이지만, 소비자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문구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금융사들이 소비자보호에 힘쓰지 않아 막을 수 있었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본다.
투자 대원칙인 '자기책임'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배경이다.
소비자보호를 그토록 강조해 온 이 원장이지만, 국내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불확실성은 예방하지 못했다.
반도체 투톱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증시에서 레버리지가 초래할 증시 변동성 확대는 누구나 짐작했던 일이었다.
다만 레버리지가 증시 변동성을 좌지우지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은 금융당국 예상을 뛰어넘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후폭풍이 레버리지 투자자 피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레버리지는 반도체 급등락의 핵심 원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급 쏠림을 더욱 강화시켜 반도체 이외 종목의 하락까지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 투자자도 반도체 이외 투자자도 레버리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 원장은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막지 못했다며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했다.
고환율 억제를 위해 도입한 레버리지 정책의 실패를, 예방적 소비자보호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상품 출시 전 금융당국은 예방적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음의 복리효과' 등 투자 주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발신했다.
기자 입장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몇 번째냐"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 할 만큼 했다고 본다.
개미들의 극단적 단타 매매와 쏠림, 이로 인한 변동성 강화는 예방 가능한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이 원장이 과소평가하는 투자자의 자기책임, 자율적 선택에 따른 시장 흐름은 통제 불가능하다.
레버리지 후폭풍은 사전 예방적 소비자보호라는 '신화'가 얼마나 취약한지 증명했다.
이 원장이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신화는 더 빠르게 무너지게 돼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이 원장이 금감원을 떠난 뒤, "미리 보호한다더니 뭐했느냐"는 후과를 직원들이 떠안지 않길 바란다.
당장 감사원이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레버리지 관련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반성과 후회만 할 뿐, 책임은 '늘공(늘 공무원)'이 지게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