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가 LG 회장이 된 날로부터 8년…'뉴 LG'는 어떻게 달라졌나 [나우앤덴]
입력 2026.06.29 06:00
수정 2026.06.29 06:11
2018년 6월 29일 취임…오늘 취임 8주년
B2C서 B2B로, 가전 기업서 AI 기업으로
스마트폰 버린 뒤 8년의 '선택과 집중'
구광모 LG그룹 회장.ⓒLG
8년 전 오늘, 구광모 회장은 만 40세의 나이로 LG그룹 수장 자리에 올랐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한 지 40일 만이었다. 취임식도 없었다. 온라인 게시판에 "고객가치 창조, 인간 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선대 회장의 경영방향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하겠다"는 짧은 글 하나를 남기는 것으로 시작했다.
LG그룹 12개 계열사 합산 시가총액은 구 회장 취임 당시인 2028년 6월 88조원(우선주와 LX그룹주 제외)이었다. 2022년 말 200조원을 넘겼지만 이후 100조원대로 내려앉는 굴곡도 있었다. 올해 들어 4년 만에 다시 200조원대를 돌파했다.
가전 기업이 버린 것들
구 회장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버리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은 LG전자의 상징이었다. 2000년대 '초콜릿폰'으로 글로벌 시장을 누볐고, 한때 세계 3위 휴대폰 제조사였다. 그러나 23분기 연속 적자, 누적 손실 5조원에 달하자 구 회장은 2021년 4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발표 당일 LG전자 주가는 12% 뛰었다.
태양광과 수처리, 연료전지,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도 정리했다. 10개가 넘는 사업을 접었다. LG는 그렇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9월 29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솔루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개발(R&D) 책임자들과 개발 현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LG
AI·바이오·클린테크로 채우다
비운 자리에는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채웠다.
구 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등장 전부터 AI를 그룹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2020년 LG AI연구원을 출범시키고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엑사원'을 개발했다.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수주는 지난해 3배 이상 증가했고, 냉난방공조(HVAC) 사업은 영업이익 6473억원을 기록했다.
숫자가 달라졌다. 취임 이후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전략을 전환한 결과 LG그룹의 지난해 B2B 매출 비중은 67%까지 올랐다. LG전자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6%를 처음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자 계열 3사인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023년 3990억원에서 올해 1조8204억원으로 3년 새 4.5배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전자 계열 3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폰 내려놓고 엔비디아와 손잡다
지난 8일 구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했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협력을 위한 구체적 논의의 장이었다. 이후 2주 만에 LG그룹 실무진 30여명이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협력 로드맵 논의를 이어갔다.
LG는 로봇 액추에이터(LG전자)와 센서(LG이노텍),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AI 플랫폼(LG CNS)까지 그룹 안에서 갖췄다. 피지컬 AI 시대에 이 같은 수직계열화 능력을 보유한 곳은 많지 않다.
구광모(왼쪽) LG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LG
성과와 함께 남겨진 숙제들
취임 10주년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과제도 남아있다. LG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4800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주가 급등에는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어 실제 수주와 매출 전환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도 있다. 8년의 '선택과 집중'이 성과를 낸 만큼, 아직 변화가 덜 닿은 사업들을 어떻게 이끌지가 구 회장의 남은 숙제다.
그러나 흐름은 분명하다. 8년 전 오늘, 취임식도 없이 조용히 시작한 40세의 총수는 10개가 넘는 사업을 버렸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손으로 엔비디아와 손을 잡았다. LG는 가전 기업이라는 외투를 벗고 AI 시대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비워냈기에 채울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