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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000명 중 242건뿐”…외식업 외국인 고용제도 ‘유명무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6.29 06:56
수정 2026.06.29 06:56

인건비 부담에 외국인력 수요 여전

급식·영세 식당 “제도 현실화 필요”

노동권 보호·청년고용 대책도 과제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음식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외식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문을 연 외국인 고용제도가 기대만큼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만성적인 구인난과 인건비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식업계는 외국인력 확보에서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현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업계에서는 외국인력 확대 만으로는 외식업계가 처한 구조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인건비와 임대료, 원재료 가격 상승 등 경영 부담은 복합적인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외국인력 확대는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외국인 고용이 경영 부담 자체를 낮춰주지는 않지만, 설거지와 주방보조 등 인력 확보가 어려운 직무의 공백을 메우고 구인난으로 휴무일을 늘려야 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업 E-9 비자 쿼터는 1만3000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고용허가 발급은 782건에 그쳐 발급률은 약 6%에 머물렀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업 고용허가 발급이 242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외국인력 수요가 충족됐다고 판단해 올해 서비스업 E-9 비자 쿼터를 다시 1000명으로 줄였다. 현장의 인력난이 여전한 상황에서 쿼터를 축소한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이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 제조업과 농·축산업 등을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외식업계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2024년 4월부터 음식점업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도가 현장의 구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고용허가 발급이 미미해 제도가 기대만큼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외식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증가 ▲고물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및 원금 상환 부담 ▲막대한 폐업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외식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용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1만320원이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까지 진행되면서 업계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일단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경우 필수 인력 수가 정해져 있고, 필수가 아니더라도 작은 소규모의 포장‧배달 전문점을 제외하고 1인 운영은 사실상 불가해 인력 투입이 필수적인 상황이라 인건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월 600-800만 원의 매출을 기대한다면 인력을 최소 2-3명 이상은 써야 되는 상황이고, 이는 매달 400-600만 원의 인력비로 발생된다”며 “최근 홀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테이블 주문 및 결제 시스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 또한 수수료 부담이 있기 때문에 완벽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다면 이 여파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생존을 위해 인건비 인상분 일부를 가격에 반영해야 하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업계에서는 인건비가 메뉴값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식자재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메뉴 가격을 큰 폭으로 조정하기도 쉽지 않아, 매년 이어지는 인건비 상승이 외식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업종으로는 단체급식업계가 꼽힌다. 노동 강도가 높아 청년층 유입이 쉽지 않은 데다 지방 사업장일수록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까지 채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1% 미만으로 크지 않다.


급식업계는 E-9보다 F-4(재외동포) 비자 인력을 주로 채용하고 있다. F-4 비자는 E-9와 달리 숙소 제공 의무가 없고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단체급식 현장의 위생·안전 관리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은 정해진 시간 안에 대규모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인력 공백이 발생하면 현장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구인난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근로자까지 채용 대상을 넓혀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급식업계 뿐 아니라 영세 음식점도 인력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구인난이 장기화되면서 업주가 직접 주방과 홀을 오가거나 가족 경영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규모 음식점도 외국 인력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행 제도로는 합법적인 외국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일부 영세 음식점이 불법 고용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인력난이 장기화되면서 불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는 업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불법 고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합법적인 외국 인력 공급 체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세 음식점도 외국 인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접근성을 높이고 현장 여건을 반영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영세 음식점들은 인력이 절실하지만 E-9 비자를 활용하려면 숙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서울은 임대료 뿐 아니라 주거비 부담도 커 영세 업소 입장에서는 외국인 고용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한 식당에 종업원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 외국인 확대가 답?…노동권·청년 일자리 우려도


외식업계 안팎에서는 외국 인력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임금 체불과 최저임금 미지급 등 외국 인력의 노동권과 처우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이주 노동자를 늘리기만 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추가근로수당이나 노동 시간 등에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도 고용 허가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도 우려점으로 꼽힌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 없이 정부가 외국 인력 유입 처방을 내놓은 데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청년층 취업 지원이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없이 외국 인력 확대에만 의존할 경우 내국인 고용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외국 인력 확대가 단기적인 인력난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 내 고용의 어려움은 몇 년 전부터 계속된 문제였기 때문에 E-9 인력 고용 허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인력난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외국인 고용이라고 해서 인건비 감소로 이어지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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