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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발전? 친명계 밀어주기?…'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밀어붙이는 李대통령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6.06.26 05:00
수정 2026.06.26 05:00

李, 이재용과 비공개 만남…19일엔 최태원 회동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주재 예정

수백조 규모 호남·충청 AI 생태계 계획 발표 전망

野 "정청래 떨어뜨려 달란 것"…與내 충돌 기류도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호남권(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 신규 반도체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났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오는 8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리당원이 밀집한 '호남 표심'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승패를 좌우할 핵심 승부처인 호남 지역에 4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공식화함으로써, 친명(친이재명)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의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김 총리와 송 전 대표가 친명계 지지를 바탕으로 '반청(반정청래) 연대' 전선을 구축해 정 대표와 맞서는 구도로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당은 "정부가 국가 전략산업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지역구 간 이해관계에 따른 미묘한 충돌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 회장과 1시간 넘게 비공개 회동을 가지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반도체 투자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비공개 일정이라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과 이 회장의 이번 만남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 주재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앞두고 반도체 지방 투자 계획과 규모를 막판 조율하기 위한 자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도권 1극 체제 극복을 위해서 첨단 핵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영남이나 충청, 강원, 제주, 호남 등으로 확대하는 획기적인 전략 산업 다극화가 필수적"이라며 "이에 관한 구체적 청사진을 곧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회에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호남 및 충청권 투자 계획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피지컬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등 3대 분야를 중점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는 300조∼4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과 충청 지역 내 지어질 반도체 클러스터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전공정)과 패키징 공장(후공정)을 함께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투자 규모는 300조∼4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에는 최 회장이 광주를, 다음달 2일에는 이 회장이 충남 아산을 방문해 반도체와 AI 데이터 센터 설립 구상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호남과 충청 지역 등에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검토되는 것과 관련해 "논의 마무리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짓지 않은 채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며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거침없는 지역 투자 드라이브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가 요구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산업적 논리보다 정치적 논리가 앞선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논의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명계 후보를 당대표로 만들기 위한 의도된 '정치적 포석'이라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이 삼전닉스 회장들을 직접 불러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 만들라고 을러댄다"며 "급기야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삼전닉스에게 맡길 태세다. 반도체 줄테니 정청래 떨어뜨려 달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나경원 의원도 "300조 투자 결정을 기업이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해 선언한다. 사회주의 국가 정치지령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호남 민심을 얻을 비장의 카드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TK를 홀대하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들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정치가 아니라 경쟁력이 결정해야 한다"며 "지역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산업정책으로 연결된다면 지역 간 갈등을 키울 뿐 아니라 국가 전체 산업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재옥·김승수·권영진·이만희·임종득·최은석·김기웅·이진숙·우재준·이상휘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먼저 반도체 투자) 입지를 정해서 '여기 가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반도체 공장입지 결정을 민주당 명청(이재명·정청래)대전 전당대회용 총알로 쓰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지역구 이해득실에 따른 분열 기류가 노출되고 있다.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을 지역구로 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촌이 논을 사서 배가 아픈 게 아니다"라면서도 "호남 반도체 투자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지만 '용인 몰빵' 부작용이 '광주 몰빵'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분산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 반도체 투자의 가장 효과적인 시나리오는 한 회사를 전북에, 다른 한 회사는 전남·광주권에 배치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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