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확대될까”…편의점 상비약 확대에 업계 반색
입력 2026.06.25 06:32
수정 2026.06.25 06:32
복지부, 상비약 품목 최대 20개 확대 추진
심야·휴일 의약품 접근성 개선 기대
약사회 "오남용 우려" 반발 여전
편의점 "매출보다 공공성 강화 목적"
편의점 안전상비약 ⓒ연합뉴스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추진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심야·휴일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약물 오남용 우려를 제기하는 약사단체의 반발도 이어지면서 제도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올 하반기 중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최대 20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는 2012년 처음 도입됐는데 도입 이후 14년째 13종으로 묶여있는 상비약 품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상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안전성상비의약품은 20개 품목 이내 범위에서 지정할 수 있다.
당초 편의점 판매의약품은 해열·진통제·감기약 등 13개 였는데 2022년 어린이타이레놀정 80mg과 타이레놀정 160mg이 빠지면서 현재는 11개 품목만 편의점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동시에 복지부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점포 기준 완화도 추진한다. 현재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편의점에서만 판매가 가능하지만, 이 같은 기준이 일부 지역에서는 의약품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편의점 업계는 이번 품목 확대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에 의약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데다, 편의점의 공공 인프라 역할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편의점은 전국 곳곳에 촘촘한 점포망을 갖추고 있어 약국이 없는 지역이나 야간 시간대 의약품 접근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14년 동안 판매 품목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온 만큼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품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의약품에 한해 판매 품목을 확대한다면 소비자 편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심야나 휴일에 갑작스럽게 필요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다. 전국 5만여 점포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무약촌이나 심야 시간대에도 의약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도 가까운 편의점에서 필요한 상비약을 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아진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이나 휴일에도 필요한 의약품을 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에는 갑작스러운 증상이 발생해도 심야 시간대 문을 연 약국을 찾아야 하거나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미 공공심야약국이 운영되고 있지만, 확대는 부진한 상황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시간당 4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지자체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부분 새벽 1시까지만 영업해 심야·새벽 시간대 긴급 의약품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지난해 ‘버팀목공공약국’ 이라는 약사법 개정안은 발의했지만 현장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운영하는 약국에 약국당 하루 32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대로라면, 약국 한 곳이 1일 8시간 기준 한 달 26일 운영하면 약 832만원이 필요하다. 전국 무약촌 100곳만 개설해도 하루 3200만원, 월 8억32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버팀목공공약국 역시 동일한 보조금 구조를 따를 것으로 보여 재정 지속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공공약국 확대가 예산 부담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일각에서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확대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비상상비약이 진열돼 있다.ⓒ독자 제공
다만 품목 확대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의가 나올 때마다 약사 단체가 강하게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는 그동안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의에 대해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필요한 품목"이라며 "접근성 개선보다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품목 확대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존재한다.
의사나 약사가 아닌 전문 지식이 없는 편의점 직원이 의학적으로 조언을 내려야 하는 데다, 약물 오남용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매출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대해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상비약 매출의 경우 전체 매출이 100%이라고 하면 0.1% 수준에 불과하다”며 “상비약 품목 확대는 편의점의 24시간 영업이라는 기능적 측면을 더 강화하려는 취지다. ‘편의점이 돈 벌려고 욕심낸다’라는 프레임은 얼토당토 않다”고 말했다.
특히 편의점 업계가 너무 무분별하게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세탁 서비스, 홈택배 서비스 등 업계의 최대 장점인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서비스를 취급하고 있는 데다,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편의점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변화한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만큼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비스 확대를 통해 모객효과를 높이고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일부 산업을 잠식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안전상비약 판매 확대는 단순히 업계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것”이라며 “재정 부담 없이도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