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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성과 부각한 날 천안 찾은 이재용…삼성 'AI 메모리 반격' 속도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6.23 17:47
수정 2026.06.23 17:48

HBM4 매출 10억달러 관측 속 후공정 거점 점검

천안 패키징 라인 찾아 생산·품질 대응 확인

HBM 경쟁, 제품 개발 넘어 양산·공급 역량 싸움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반격이 제품 개발을 넘어 양산과 공급 역량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 초기 매출 성과가 부각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HBM 후공정 핵심 거점인 천안사업장을 찾으면서, 삼성의 AI 메모리 전략이 생산 현장 중심으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충남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HBM 패키지 생산 라인을 점검했다. 천안사업장 C1·C2 라인을 찾은 이 회장은 사업장 운영 현황과 생산 계획, 기술 개발 상황 등을 보고받고 방진복을 입고 생산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사업장은 삼성전자의 HBM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담당하는 주요 거점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가속기에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메모리다. 단순히 칩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적층·패키징·수율·발열 관리 등 후공정 역량이 제품 완성도와 공급 안정성을 좌우한다.


이 회장의 천안 방문은 삼성전자가 HBM4 성과를 부각한 시점과 맞물렸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HBM4는 최근 누적 매출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 출하 약 130일 만의 성과로, 이달 말 기준 누적 매출은 12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아왔다.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에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공급을 바탕으로 선두 지위를 굳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HBM4 조기 양산과 매출 성과를 앞세우는 것도 차세대 제품에서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HBM 경쟁의 무게중심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제품 개발과 고객사 인증 여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양산 물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AI 가속기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성능뿐 아니라 수율, 납기, 품질 안정성, 장기 공급 능력까지 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천안사업장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HBM은 D램 칩을 쌓고 연결하는 공정이 복잡해 후공정 난도가 높다. 같은 설계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패키징 수율과 품질 안정성에 따라 실제 공급 능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회장이 직접 HBM 패키지 라인을 점검한 것도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에서 생산 현장의 실행력이 중요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증시에서도 HBM 경쟁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바탕으로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HBM4 매출 확대와 후공정 생산 안정화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반대로 SK하이닉스가 HBM4에서도 기존 고객사 신뢰와 선제 공급 우위를 이어가면 AI 메모리 주도권은 당분간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가 양사의 HBM 경쟁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4 공급을 빠르게 늘리고 천안 등 후공정 거점을 중심으로 품질과 생산 안정성을 끌어올린다면 HBM 시장 점유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HBM 경쟁이 제품 발표를 넘어 실제 양산과 고객사 공급 능력 싸움으로 번진 만큼, 이 회장의 천안 방문은 삼성 AI 메모리 반격의 현장 점검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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