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만으론 못 버틴다"…포스코, 전기로로 '탄소 비용' 방어전
입력 2026.06.24 06:00
수정 2026.06.24 06:00
고로 대비 탄소 배출 최대 75% 저감…CBAM 대응 기반 마련
전력비 부담·고급강 전환은 과제…2030년 車 강판 양산 목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왼쪽)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열린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기로 공장 준공식에 입장하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가 국내 최대 규모 전기로를 앞세워 탈탄소 생산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로 중심 생산 체제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250만톤 규모의 대형 전기로를 준공했다. 이번 전기로는 단일 설비 기준 국내 최대 규모로, 2024년 2월 착공 이후 약 6000억원이 투입됐다.
전기로는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설비다. 철광석과 석탄을 활용하는 기존 고로-전로 방식과 달리 고철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이번 전기로를 통해 고로 대비 최대 약 75%의 탄소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로 투자는 철강 업계의 탄소 규제 대응과 맞물려 있다. 철강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이다. 기존 고로 공정은 고품질 철강을 대량 생산할 수 있지만,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 탄소 배출량이 비용과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에서 고로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탄소 부담은 이미 유럽 수출 시장에서 현실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유럽연합은 철강 등 탄소 집약 제품을 대상으로 CBAM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고객사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완성차와 가전 등 글로벌 제조 기업들은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을 관리 기준에 반영하고 있다. 철강 제품도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이 구매 기준으로 반영되는 흐름이다. 포스코가 탄소 저감 강재 생산 기반을 서두르는 배경이다.
다만 전기로 전환이 곧바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력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데다 범용재 중심 생산을 고품질 제품으로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로는 석탄 사용을 줄이는 대신 전기를 쓰는 공정이다. 산업용 전기 요금이 오른 상황에서 전기로 가동 비중이 커질수록 원가 부담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더라도 전력비가 부담으로 작용하면 저탄소 강재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제품 경쟁력도 넘어야 할 과제다. 전기로는 스크랩을 원료로 쓰는 만큼 불순물 관리와 성분 제어가 중요하다. 비교적 품질 요구 수준이 낮은 범용재 생산에는 활용도가 높지만,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처럼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고급강으로 확대하려면 기술적 난도를 넘어야 한다.
포스코가 합탕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탕은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섞어 정련하는 기술이다. 전기로의 탄소 저감 효과를 활용하면서도 고로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이다.
포스코는 스크랩 선별·분류와 정련 과정에서 성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추가로 확보해 2030년까지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전기로 고급강을 ‘8대 전략 제품’으로 선정하고 연구·생산·판매를 아우르는 통합 프로젝트팀도 구성했다.
이번 전기로는 포스코의 장기 탈탄소 로드맵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맡는다. 포스코가 최종적으로 추진하는 기술은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방식으로, 포스코는 2030년까지 연산 30만톤 규모의 실증 설비를 통해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하이렉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포스코는 전기로와 고로 함수소가스 취입, 상저취전로 등 브릿지 기술을 병행해 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광양 전기로는 수소환원제철 전면 도입 전까지 탄소 저감 강재 생산을 현실화하는 핵심 설비가 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 전기로는 2~3개월 준비 과정을 거쳐 9월 전후 상업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초기에는 열연강판(HR) 등 범용재 위주로 생산을 시작하고,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고급강은 기술 확보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