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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억 상생안도 못 막았다…배민·쿠팡이츠 '운명의 심판대'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6.24 06:41
수정 2026.06.24 06:41

배민 3000억·쿠팡 600억 상생안 기각

배민 최대 5100억·쿠팡이츠 최대 420억 과징금 가능성

본안 심의 결과 따라 배민 매각·쿠팡 수익성 등에 부담

신규 앱 아이콘 부착 현장. ⓒ우아한형제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양사가 본안 심의 절차를 밟게 됐다. 수천억원대 과징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심의 결과에 따라 양사의 수익성과 사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026년 5월 27일 및 6월 10일 전원회의 심의를 진행하고, 배민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자진 시정방안과 피해구제 대책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장기간 법적 다툼을 줄이고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배민은 ▲최혜대우 요구 ▲배민배달 우대 ▲배달예상시간 부당광고 등 3건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쿠팡이츠는 ▲최혜대우 요구 사건에 대해서만 신청했다.


배민은 3년간 총 3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1400억원은 가게배달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하와 배달비 지원에, 나머지 1600억원은 신규 입점업체 및 배민배달 전환 업주를 위한 상생 프로그램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함께 최혜대우 요구를 폐지하고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을 동일 기준으로 노출하는 방안도 담았다.


쿠팡이츠도 4년간 6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와우매장 제도와 무료배달 혜택 간 연계 정책을 중단하고 최혜대우 요구 관련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입점업체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배달을 하고 있는 쿠팡이츠 라이더의 모습. ⓒ쿠팡이츠

하지만 공정위는 지원 규모보다 시정조치의 실효성에 주목했다.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 포함돼 있거나 구체성이 부족해 위법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배민의 경우 가게배달(MP) 점주의 선택권 보장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점주들이 배달 방식에 따라 최소주문금액이나 메뉴 가격 등을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 반면, 배민은 이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상생안에는 가게배달 점주의 배민배달 전환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배민배달 우대 행위가 문제 된 사건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동의의결이 무산되면서 사건은 본안 심의로 넘어가게 됐다. 예상 과징금은 배민이 2390억~5100억원, 쿠팡이츠는 250억~4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징금 뿐 아니라 시정명령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위가 노출 알고리즘, 배달예상시간 표시 방식, 거래조건 설정 기준 등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릴 경우 배달 플랫폼 사업 모델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사 모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현재 쿠팡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6246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상태다. 여기에 공정위 제재까지 더해질 경우 수익성과 투자 계획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민 역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추진 중인 매각 작업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DH가 약 8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정위 제재 수위에 따라 기업가치 산정과 인수 협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나아가 본안 심의 결과에 따른 파장이 플랫폼 기업을 넘어 입점 소상공인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 등에 따라 배달 앱 전반에 재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입점업주와의 상생에 있어서도 자본이 필요한데 과징금 등의 조치를 받을 경우 상생 여력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소상공인 단체들의 반응에서 이러한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은 공정위의 동의의결 기각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재심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 “불공정 행위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 현장의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년 뒤 과징금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비용 절감과 부담 완화”라며 동의의결을 통한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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