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하자GO③] “독일에서 홍천 검색?” 외국인까지 불러오는 스포츠외교마케팅
입력 2026.06.26 12:07
수정 2026.06.26 12:07
3X3 농구의 메카로 자리 잡은 강원 홍천. ⓒ KXO
[벤치마킹하자GO]에서는 우수 사례로 꼽히는 지역 정책, 타 지방정부에서도 벤치마킹하려는 정책을 선별, 해당 지역 내 정책 홍보는 물론 타 지방정부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될 만한, 확산됐으면 하는 정책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인구 6만 6000여 명, 전형적인 지방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던 강원도 홍천군이 스포츠 마케팅 하나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새기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홍천은 비발디파크와 캠핑, 한우 정도가 대표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세르비아에서 홍천을 검색하고, 체코에서 홍천군청과 협약을 맺으러 비행기를 탄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이 작은 군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바로 3x3 농구 대회의 성공적 연착륙이다.
홍천군이 FIBA(국제농구연맹) 공인 3x3 국제 대회를 처음 유치한 것은 2023년이다. 당시만 해도 3x3 농구는 극히 일부의 매니아 층을 제외하면 크게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종목이었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전국체전, 프로스포츠 경기 유치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을 때 홍천군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결과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FIBA 승인을 받은 국제 대회를 성사시켰다.
첫해 성과가 인정받으며 2024년에는 'FIBA 3x3 홍천 챌린저'와 'FIBA 3x3 홍천 무궁화 챌린저'를 연달아 개최했다.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지자체 개최 국제경기대회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국가로부터도 공식 인정을 받았다. 2025년에는 이 지원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고 올해까지 연속 개최가 확정됐다.
신영재 홍천군수. ⓒ KXO
소멸 위기 도시 → 스포츠 외교 마케팅으로 뒤집은 농구 도시
먼저 홍천군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025년 말 기준 홍천군 인구는 6만6109명.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35.6%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다. 10년 전 7만 415명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뚜렷하고, 10개 읍면 가운데 내촌면과 두촌면은 인구소멸 위기 지역으로 공식 분류됐다.
절박한 상황에서 꺼내든 카드가 스포츠 마케팅이었다. 신영재 홍천군수는 지난 임기 때 "지역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러 대안을 찾고 있다. 그중 하나가 스포츠산업이다. 각종 대회와 경기를 많이 유치해서 우리 지역에 선수와 관계자들이 방문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영재 군수의 선택은 적중했다. 3x3 대회가 거듭될수록 홍천군의 브랜드 가치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세계에서 찾아온 선수들은 하나같이 홍천의 환경을 극찬했다. 신 군수는 "외국에서 온 선수들이 입을 모아 홍천만큼 경기하기 좋고 훈련하기 좋으며 생활과 적응 모두 편리한 곳이 없다고 한다"라고 성과를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영재 군수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61.76%의 높은 득표율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가성비도 뛰어나다. 대회 유치에 투입되는 예산은 2025년 기준 군비 3억원, 국비 2억원 등 총 6억원이다. 이는 동일 효과를 노린 다른 대형 홍보 사업과 비교했을 때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FIBA 공인 챌린저 대회 이름에 '홍천'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전 세계에 노출되는 광고 효과인 셈이다. 신영재 군수가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투자가치가 있는 산업이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홍천군은 단순히 국제대회를 여는 이벤트성 행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2025년 말, 신영재 군수는 홍천군 3x3 농구 실업팀 창단 의사를 공식화했다. "홍천군이 3x3 농구 성지로 자리매김하려면 실업팀도 같이 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게 신 군수의 판단이다.
홍천군 신은섭 최육회장(오른쪽). ⓒ KXO
스포츠가 만든 지역 브랜드…유소년 등 인구 유입까지
홍천군의 스포츠 마케팅이 거둔 또 하나의 성과는 교육과 스포츠를 결합한 인구 유입 효과다. 유소년 축구의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홍천FC U-15은 올해 중학생 선수단 44명 중 37명(84%)이 외지 출신이다. 홍천군의 유소년 스포츠 육성 정책에 힘입어 수도권은 물론 춘천, 원주, 강릉, 속초 등 타 지역 학생들이 홍천을 스포츠 교육의 거점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소멸 대응의 새로운 모델로 학계와 정책 전문가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홍천군 체육회 신은섭 회장은 "학령인구 감소 지역의 모범 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속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작은 도시가 세계와 겨루는 법’ 다른 지자체들도 주목
홍천군의 사례는 단순한 스포츠 행정의 성공담이 아니다. 이는 인구소멸 위기를 맞은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기존 지자체 스포츠 마케팅은 대개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야구·프로축구 등 인기 종목 유치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홍천군은 '블루오션'을 선점해 세계 무대에서 먼저 이름을 새겼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누적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다.
스포츠 이벤트의 지역경제 효과는 단순한 숙박비와 식음료 매출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와 관계자들의 체류, 관람객 유입, 지역 홍보, 브랜드 이미지 상승, 후속 방문객 증가까지 다층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홍천은 바로 이 다층 효과를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인구 6만의 소멸 위기 도시가 3x3 농구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자체 스포츠 마케팅의 교과서는 멀리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