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자금 몰리는 美 디지털자산 시장…한국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6.06.23 06:05
수정 2026.06.23 06:05
美 시장구조법 추진에 은행·증권사도 블록체인 진출
"한국은 아직 역할도 불명확"…업계, 규제 명확성 주문
미국은 제도 정비로 기관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금융회사들의 역할과 인허가 체계조차 명확히 정하지 못해 디지털자산 입법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형 바이셀스탠다드 법무실장(사진 왼쪽부터), Miller Whitehouse-Levine CEO, Chris Montagano CLO, 안도걸 국회의원,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 김윤경 인천대 교수,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민희 기자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이어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정비하는 입법까지 추진하면서 은행과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6·3 지방선거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업권별 역할과 인허가 체계도 여전히 불명확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디지털자산 제도화 현황과 기관 자금 유입 사례가 소개됐다.
동시에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제기됐다.
미국은 현재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법(GENIUS Act)'과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규정하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을 중심으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빈 솔라나정책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미국에서는 소송과 집행 조치를 중심으로 디지털자산을 규제해 왔기 때문에 각 기업에 어떤 규칙이 적용되는지 알기 어려웠다"며 "클래리티 법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명확한 성문 규정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클래리티 법은 디지털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구분하고 탈중앙화 수준에 따라 감독 체계를 차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은행과 금융회사가 디지털자산 수탁과 토큰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제도 변화가 사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 몬타가노 오르카 최고법률책임자(CLO)는 기관 대출채권 기반 상품과 금 담보 증권, 비상장주식 연계 토큰 등이 이미 공개 블록체인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 일부 기관투자자에게만 허용됐던 투자 기회가 블록체인을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규제당국과 업계가 대립하기보다 제도권 편입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본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화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가장 큰 과제로 은행·증권사·핀테크 기업의 역할과 인허가 체계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기존 금융회사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지, 증권사가 디지털자산 수탁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핀테크 기업은 어떤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토큰증권(ST)과 실물연계자산(RWA)을 둘러싼 제도 설계 역시 과제로 제시됐다.
김 변호사는 "미국과 독일이 국채와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유동성이 높은 전통 금융자산부터 토큰화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내 역시 우선순위를 정해 제도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관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보다 규제 명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본부장,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 한상형 바이셀스탠다드 법무실장, 김윤경 인천대 교수 등은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고려하면서도 "금융회사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제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기관 자금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규제 강도를 조정하는 것보다 회사들이 사업 가능 범위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