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표정으로 월드컵 청소?…BBC가 짚은 日 남성의 '이중잣대'
입력 2026.06.22 10:57
수정 2026.06.22 10:59
일본 축구팬들이 15일 2026 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관중석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 팬들의 '경기장 청소' 문화가 다시 한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일본 내에서는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일본 관중들이 경기 후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으로 해외에서 찬사를 받고 있지만, 일본 사회 내부에서는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일본 관중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 종료 후 파란색 쓰레기 봉투를 들고 관중석을 정리했다. 지난 15일 네덜란드전과 20일 튀니지전 경기 이후 관중석 곳곳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본 관중의 경기장 청소 문화는 1998 프랑스 월드컵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일본 대표팀 경기와 무관한 개막전이 끝난 뒤에도 관중석을 정리해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집에서도 이렇게 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BBC는 이 같은 반응이 경기장 청소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성별 가사 분담 현실을 꼬집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일본인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SNS에 일본 응원단이 사용한 파란색 쓰레기봉투 사진을 올리며 "애국심과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굳이 이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연출하는 것이 진정한 '재팬 프라이드'냐"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집안일과 육아는 하지 않으면서 월드컵에서만 숭고한 표정으로 쓰레기를 줍는다", "이럴 때만 청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여주기식 행동 아니냐"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일본 사회의 낮은 남성 가사 참여율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일본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은 3시간 24분인 반면 남성은 51분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서도 일본 남성의 무급 노동(가사·육아·돌봄) 시간은 하루 평균 41분으로 조사 대상 30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하루 평균 224분을 가사와 육아에 사용해 남성보다 약 6배 많은 시간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