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총 바짝 뒤쫓는 하이닉스…몸값 가른 건 'AI 순도'
입력 2026.06.20 07:00
수정 2026.06.20 07:00
19일 장중 시가총액 2000조원을 넘어서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증시에서 두 번째
HBM 이익 전사에 집중·美 ADR 기대까지
삼성은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비메모리 회복이 관건
ⓒ데일리안AI 이미지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를 아우르는 삼성전자를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한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9일 장중 시가총액 2000조원을 넘어서며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증시에서 두 번째로 ‘시총 2000조원’ 고지에 올랐다. 전체 매출과 자산, 사업 규모에서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이지만 시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실적에 직접 연결되는 SK하이닉스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붙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8% 오른 9288.89로 출발한 뒤 장중 9300선을 넘어섰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장중 2000조원을 돌파했다. 단일 종목 기준 시총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다.
장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격차는 120조원 안팎까지 좁혀졌다. 두 회사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52%에 달했다. 국내 증시의 절반 이상이 두 반도체 기업의 주가에 좌우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양사의 몸값 격차를 좁힌 가장 큰 동력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생성형 AI 확산과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빠르게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사업구조가 메모리에 집중돼 있어 HBM과 서버용 D램의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전사 매출과 영업이익에 곧바로 반영된다. 삼성전자처럼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파운드리 등 다른 사업의 손익이 섞이지 않아 AI 메모리 호황의 수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장에서는 이를 이른바 'AI 순도'의 차이로 보고 있다. 기업 전체 실적에서 AI 메모리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클수록 HBM 수요 확대가 주가와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매출과 자산 규모가 작음에도 시가총액에서는 턱밑까지 따라붙은 배경이다.
차세대 제품 경쟁에서도 양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핀당 최대 16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한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 전력 효율은 HBM4보다 20% 이상 개선했고 열 저항은 약 17% 낮췄다. 삼성전자 역시 앞서 HBM4E 12단 샘플 공급에 나섰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도 주가 재평가 기대를 키우고 있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이다. 상장이 이뤄지면 미국 투자자들이 현지 증시에서 달러로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어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사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의 적자가 기업가치 재평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에서 이익이 늘더라도 비메모리 손실이 이를 일부 상쇄해 전사 이익 증가 폭을 낮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연간 기준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18일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시장 변화와 수요 위축으로 연간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미지센서와 일부 개별 반도체 제품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시스템온칩(SoC) 사업의 손실이 이를 상쇄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특히 엑시노스를 포함한 SoC 사업은 단기간 내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 센서 수주와 고객 맞춤형 SoC 사업 확대를 통해 사업 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흑자 전환 시점도 당초 기대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최근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내년에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으며, 2028년께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경영성과급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도 단기 수익성에는 부담 요인이다.
수주 측면에서는 구글과 AMD, 테슬라, BYD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이 긍정적이다. 다만 협의 단계의 수주가 실제 양산과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많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72.3%, 삼성전자 6.5%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중국 SMIC도 5.1%까지 올라 삼성과의 차이를 1.4%포인트로 좁혔다. 삼성전자는 2나노 수율 안정과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고수익 고객 확보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사업 다각화가 반드시 약점인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과 가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사업은 반도체 업황이 꺾일 때 실적을 방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황 상승기에 이익 증가 폭이 큰 만큼 가격 하락기에는 실적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한편 증권가는 양사가 2분기에도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 달 내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약 88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약 64조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만 150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에 HBM 판매 확대가 더해지면서 실적 전망치도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