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전 10시에 만석"…'월드컵=치맥' 공식 여전했다
입력 2026.06.19 15:47
수정 2026.06.19 15:49
평일 오전 경기에 업계 우려 높았지만
직장인들 연차·반차…대학생은 종강 시즌
을지로 일대 곳곳 만석, 월드컵 특수 톡톡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매장에서 시민들이 모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새벽 6시30분부터 치킨 튀길 준비를 시작했어요. 잠을 2~3시간밖에 못 잤지만, 매출이 올라 기분은 너무 좋네요."
한국 대표팀과 멕시코 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이 열리는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일대 거리는 우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붉은악마들로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경기에 앞서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러 반차를 내고 왔다는 정장 차림의 손님들, 오전 팀 회의를 마치자마자 팀원 전원이 치킨집으로 모였다는 직장인들, 종강을 맞아 골뱅이집을 찾은 대학생 등으로 을지로 일대가 붐볐다.
인근 상권도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 BBQ 을지로입구점은 기업별 단체 예약으로 이미 110석 만석을 이뤘다. 매장 점주는 경기 시작 20분 전부터 예약 가능 여부를 묻기 위해 쉴새없이 걸려 오는 전화를 받을 틈이 없어 보였다.
대한민국 대 멕시코의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19일 오전. BBQ 을지로입구점 점주가 경기 시작 전부터 예약 가능 여부를 묻기 위해 몰려드는 고객들의 전화에 응대하는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특히 예약을 하지 않고 직접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이미 홀 내부가 만석인 탓에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수차례였다. 직원들은 예약 손님들이 주문한 치킨과 피자, 생맥주, 음료 등을 나르는데 분주했다.
매장 점주인 박광일씨는 "(지난 12일) 오전 경기에 치맥을 많이 드실 줄 몰랐는데 체코전 때 만석이 됐다. 예약문의, 방문 고객을 합쳐 300명 이상을 못받았다"며 "그런 경험 탓에 이날엔 새벽 6시30분부터 준비했고, 잠도 2~3시간밖에 못잤지만 월드컵으로 매출이 올라 기분은 너무 좋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19일 오전 BBQ 을지로입구점에 시민들이 모여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응원을 위해 연차를 내고 왔다는 한 고객은 "체코전 때 응원에 참가를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며 "월드컵 응원에 치맥이 빠질 수 있겠냐고 대학 동기들과 얘기해서 가능한 친구들은 이번엔 아예 연차를 내고 모이자고 했다"고 했다.
강팀 멕시코전에서의 승리를 기대하며 이날 만큼은 오전 회의를 신속하게 마친 뒤, 팀원 전원이 BBQ로 모였다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BBQ 관계자에 따르면 을지로입구점 외 여의도역점은 배달·포장으로만 운영해 150마리 예약주문이 완료 됐고, 홍대입구점은 60여명의 홀 단체 예약을 경기 시작에 앞서 받았다. 또한 동탄점, 강남역점 등에서도 이른 시간부터 매장 식사 고객이 유입됐다.
대한민국 대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의 한 매장에서 시민들이 치킨을 주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0대0으로 비긴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된 오전 11시. 골뱅이 전문 매장들이 밀집한 상권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홀에서 골뱅이무침과 치킨, 맥주를 먹으며 응원하는 사람들, 매장 안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걷던 걸음을 멈추고 매장 밖에 서서 응원에 합류하는 행인들, "대~한민국" 응원 박자에 맞춰 경적을 울리는 차량들로 더욱 활기를 띄고 있었다.
홀 규모만 200석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한 매장의 본관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만석이 된 탓에 본관 옆 별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고객들도 보였다.
응원을 위해 모인 붉은악마들은 치킨·떡볶이·골뱅이무침과 맥주를 먹으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직원들은 빈 맥주잔과 그릇을 수거하거나 주문한 음식을 나르는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대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의 한 매장. 경기를 관람하는 시민들이 멕시코의 후반 5분 선제골에 아쉬워하는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매장 밖에 서서 경기를 관람하던 기자는 학기 종강을 맞아 친구들과 매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김혜성(26)씨와 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체코전 당시엔 학기 중이라 응원에 나서지 못했는데 종강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오전 9시부터 주변 치킨집들은 이미 예약이 다 찼다고 해서 자리가 있는 이곳 매장에 왔다"고 말했다.
경기 후반 5분. 김씨와 대화를 나누던 사이 멕시코의 선제골이 터졌다. 곳곳에서 탄식이 나왔고, 답답한 마음에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사람들도 보였다.
결국 멕시코의 골망을 흔들지 못한 채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고생했다"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매장 내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응원을 위해 반차를 사용할 거라는 대화 소리도 들렸다.
대한민국 대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상권. 경기 종료 후 시민들이 매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월드컵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인 만큼, 치맥 등 특수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월드컵 응원을 위한 직장인들의 자발적인 오전 반차 및 연차 사용, 대학생들의 학기 종강 시즌 등과 맞물려 '월드컵은 치맥'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평일 오전 경기였지만 4년에 한 번 있는 축제라는 점, 기대감이 낮았던 체코전에서 승리하자 멕시코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점 등으로 이른바 '시차 장벽'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