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판타지 ‘참교육’…자극 너머의 교실 현실 [D:방송 뷰]
입력 2026.06.18 01:53
수정 2026.06.18 01:53
자극적 연출 논란에도 넷플릭스 글로벌 1위…불법도박·악성 민원·생활지도 위축에 현직 교사 공감 이끌어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공개 자극성 논란에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 산하 가상 기관인 ‘교권보호국’ 감독관들이 문제 학교에 파견돼 무너진 교실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설정은 현실과 거리가 먼 판타지에 가깝다. 그럼에도 작품 속 소재가 실제 학교 현장의 피로감과 맞닿아 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참교육’은 단발성 쾌감을 유발하는 응징물 이상의 논쟁을 만들고 있다.
‘참교육’ 스틸컷 ⓒ넷플릭스
17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참교육’은 211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2주 연속 글로벌 톱(TOP)10 비영어 쇼 1위에 등극했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 싱가포르 등 46개국에서 1위를 석권했으며 미국, 영국 등 총 91개국에서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참교육’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교권 추락으로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 기관 ‘교권보호국’을 중심에 둔다. 감독관들은 문제 학교에 파견돼 학생, 학부모, 교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개입한다. 학생의 문제 행동으로 교사가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에피소드도 있고, 교사의 잘못으로 학생이 피해를 입는 이야기도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현실의 제도로는 해결되지 않는 교실 갈등을 외부 기관이 강하게 개입해 처리하는 구조가 중심이다.
반응이 우호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3화 소연여고 에피소드에서 임한림(진기주 분) 감독관이 학생들과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 중 ‘가슴 축소 수술’을 언급하는 장면은 여성혐오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권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라 해도, 학생 캐릭터를 납작하게 소비하거나 성적 대상화로 보일 수 있는 방식의 대사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원작 웹툰이 인종차별·성차별 논란을 빚었던 만큼, 실사화 과정에서 논란 요소를 덜어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일부 장면은 여전히 자극적으로 소비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교육’ 스틸컷 ⓒ넷플릭스
그럼에도 작품 속 문제는 완전히 허구가 아니다. 에피소드에는 불법토토, 다이어트약을 빙자한 펜터민 계열 약물 유통, 악성 민원 학부모, 교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생활지도 불응 등 최근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논란이 된 요소들이 압축적으로 등장한다. 드라마적 과장은 있지만, 소재 자체는 교육 현장이 체감하는 불안과 무력감에 닿아 있다.
교사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최근 설문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교총이 올해 스승의날을 앞두고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이 교육 현장에서 가장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으로 가장 많이 꼽은 답변은 ‘학생·학부모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교권이 침해될 때’였다. 교직 이탈·기피의 결정적 이유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및 학부모 민원 노출’이 지목됐다. 교실의 갈등이 단순한 학생 지도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 개인에게 민원과 신고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됐다.
청소년 불법도박 역시 드라마 속 자극적 소재만은 아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평생 도박 경험률은 4.0%로 나타났다. 전체 청소년 규모로 환산하면 약 15만 7000명이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올해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주간을 운영하며 불법·청소년 도박 근절을 주요 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 문제가 학교 밖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터민 계열 식욕억제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펜터민 계열 약물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되는 마약류 성분 식욕억제제다. 최근 몇 년 사이 SNS를 통한 불법 거래 사례가 반복적으로 적발됐고, 청소년들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접근하는 문제도 꾸준히 지적돼왔다.
현직 교사들도 작품의 해법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소재 자체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드라마라 자극적으로 풀어낸 부분은 있지만, 소재 자체만 보면 현장에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학교 안에서 불법도박 문제는 남녀 학생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편이고, 학생들의 복장이나 화장 등 생활지도 영역도 예전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며 “요즘은 이른바 문제 학생과 모범생을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인데, 교사가 이를 직접적으로 제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개입에 대한 부담도 컸다. A씨는 “보호가 필요한 학생을 상담하거나 지도할 때도 학부모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학생과의 소통 자체가 어려워질 때가 있다”며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교사가 강하게 개입하면 민원이나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어 위축되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참교육’ 스틸컷 ⓒ넷플릭스
교사들이 ‘참교육’에 반응하는 지점은 물리적 응징 그 자체보다, 현실에서 교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갈등에 누군가 대신 개입해주는 판타지에 있었다. 물론 ‘참교육’의 해법은 현실적이지 않다. 교권보호국 감독관이 학교에 파견돼 물리력과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제도적 대안이라기보다 장르적 판타지다. 체벌과 응징을 오락적으로 소비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학생의 문제 행동이나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다룬다고 해서, 드라마식 강압과 응징이 현실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판타지가 통쾌하게 소비되는지다. 교사들이 드라마처럼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배경에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생활지도 권한이 위축되고, 학부모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부담이 커졌다는 인식이 놓여 있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고 학부모와 소통하는 과정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질수록, 외부 기관이 대신 개입하는 판타지는 더 강한 대리만족으로 작동한다.
이 같은 반응은 현실 논의로도 번지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지난 15일 인수위원회 출범식에서 교권 회복을 강조하며 드라마 ‘참교육’에 등장하는 ‘교권보호국’을 경기도에 설치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이를 위한 토론회를 제안했다. 드라마 속 가상 기관이 실제 정책 논의가 된 것이다. 드라마식 응징 기관이 현실의 모델이 될 수는 없지만, 교실 갈등을 교사 개인이 아니라 제도와 기관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해지고 있다.
‘참교육’의 교권보호국은 현실의 해법이 아니라 현실에 없는 해법을 대신 보여주는 판타지다. 그래서 불편하고, 동시에 공감된다. 작품이 보여주는 통쾌함이 폭력의 정당화로 흐르지 않으려면, 드라마 밖 현실에서는 교사 개인이 아닌 제도가 교실의 갈등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논의가 옮겨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