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보호하려다 M&A 위축…의무공개매수제 향한 우려들
입력 2026.06.18 06:49
수정 2026.06.18 06:49
비용 증가하는데 상장폐지는 어려워져
업계 "상장사 건드리지 말자는 분위기"
상법 개정으로 포괄적 주식교환 '제동'
"주총서 상폐 결정하면 인정해줘야"
1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인수합병(M&A) 제도 개선 방향' 세미니가 개최되고 있다. ⓒ데일리안
'주주 보호 강화'를 목표로 정부·여당이 3차례 상법 개정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거듭해 온 가운데 관련 후속조치로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상장사 지분을 대량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려 할 때, 소액주주들에게도 동일한 프리미엄을 주고 주식을 사들이게 하는 제도다.
최대주주 지분에만 프리미엄을 붙여 매수하던 관행을 깨고, 주주 평등 원칙에 따라 일반주주도 프리미엄을 누리도록 법적으로 강제하겠다는 구상이지만, M&A 활성화 등 정부 자본시장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인수합병(M&A) 제도 개선 방향' 세미나 축사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산업구조 전환, 공급망 개편과 기술 패권전쟁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M&A 활성화는 필수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권에 변화가 생길 때, 그 가치는 지배주주만의 것이 아니다"며 "같은 변화를 일반주주들도 동일하게 맞이하게 된다. M&A 과정에서 일반주주 이익이 공평하게 고려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관련 맥락에서 정부·여당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산업구조 재편 및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M&A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A 제도 설계 목표는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M&A를 활성화하는 것과 일반주주,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를 적절하게 보호하는 것"이라면서도 "보기에 따라선 두 과제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일반주주 보호 차원에서 도입한 의무공개매수제가 M&A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모펀드협의회를 대표해 세미나에 참석한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M&A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은 약간 상충되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의무공개매수에 반대하는 일반주주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사모펀드 등이 감수해야 할 M&A 관련 불확실성이 커질 거란 주장이다.
프리미엄을 일반주주로 확대 적용해야 하는 인수비용 증가와 함께, 의무공개매수에 반대하는 일반주주로 인해 상장폐지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고려해야 할 리스크가 크게 불어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어떻게 끝날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넣어야 된다"며 "최근 국내 사모펀드 업계 분위기는 '상장사는 건드리면 안 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의무공개매수제와 M&A 활성화가 충돌하지 않도록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하는 '출구전략'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제도상 상장폐지를 위해선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8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이후엔 소수주주 지분을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상법 개정으로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되면서 소송을 우려한 이사들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꺼리는 게 현 시장 분위기다.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시엔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더 늘어난다.
일례로 일부 소수주주 반대로 95%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프리미엄을 지불해 인수한 주식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김목홍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는 "회사를 사서 자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니즈들이 상당히 많은데 지금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주총에서 특별 결의로 상장폐지를 오케이 했으면 시켜주는 게 맞다고 본다. (지분을) 95%까지 끌어올려야 된다는 추가 조건을 부여해 현실적으로 상장폐지를 어렵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