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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정부 제도?…지주사 전환하니 중복상장 금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5.27 15:17
수정 2026.05.27 15:19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

"해외보다 높은 중복상장 비율?

'정부 정책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국적 특성 고려한 접근 필요성↑

2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주주 보호 차원에서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을 예고한 가운데 과거 정부 방침에 따른 '한국적 특성'을 보다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장려했던 정부가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에 힘을 실을 경우, 신사업 투자 등에 제약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이다.


사모펀드협의회(PEF) 회장을 맡고 있는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2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에서 "순수 지주회사가 돈이 많을 경우 파이낸싱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지만 충분한 돈이 없다면 파이낸싱을 해야 한다"며 "순수 지주회사의 자회사 같은 경우, 좀 더 완화된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태식 NH투자증권 본부장은 "대한민국은 특히 대기업 중심으로 과거 순환출자가 많았기 때문에 정부가 지주회사 제도를 전략적으로 장려했다"며 "그러다 보니 상당수 대기업이 순수 지주회사로 구성돼 있다"고 짚었다.


자체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자회사 관련 배당 수익이나 브랜드 사용료, 경영 컨설팅 수수료 등으로 지주사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지주사 차원의 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어 자회사 중복상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왕 본부장은 "미국 같은 경우 대부분의 지주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며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대표적이다. 모회사가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어 자회사 증자 등을 통해 성장을 꾀할 수 있지만, 국내 지주회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와 비교하기보다 국내 기업들의 특성을 감안해 제도가 논의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 중복상장이 거의 없는 해외 사례를 근거로 '국내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임직원들이 코스피 8000포인트 돌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시장 참여자들의 강한 우려 제기로,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의견수렴 기간까지 연장하면서도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에 힘을 싣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임흥택 거래소 상무는 "기조 자체의 변화를 꾀한다기보다 주주의 실질적 보호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사안을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제도개선이 주주 보호 강화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중복상장 예외적 허용 역시 주주 보호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세미나 역시 예외적 허용 조건 중 하나인 '모회사 이사회의 일반주주 동의'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기존 법체계와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선 세미나에서 "개정 상법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개정 상법에 따라) 이사회는 법인 자체 이익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 이익을 고려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 이해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이라며 "개정 상법 체계하에서 이사회는 일반주주 이익을 충분히 검토하고 보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법적 의무를 이미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를 감안하면, 중복상장 관련 이사회 결정에 대한 주주동의 확보는 '이중 규제' 성격을 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모회사든 자회사든 다 독립적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며 "모회사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렸는데, 자회사에서 만약 이를 거부하거나 지키지 않았을 경우,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나라만의 맥락과 법적 정합성 등을 고려하면, 중복상장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보다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개선점을 찾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은 "일본도 중복상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검토했고 인위적 규제 없이 많이 줄였다"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는 편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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