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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금융정책과 충돌하는 중복상장 금지 [기자수첩-증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6.01 07:02
수정 2026.06.01 07:02

주주 보호 강화로 자본시장 체질 개선

'생산적 금융'에 부정적 영향 불가피

증시 저평가 '병목' 해소하려다

산업 경쟁력 '병목' 만드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질문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을 골자로 하는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다음달 중 매듭지을 전망이다.


지난 4월 마지막 공개 세미나 직후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각계 전문가들이 우려를 쏟아내자 지난달에만 의견수렴 세미나를 두 차례 더 진행했다.


일정 지연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달 초까지 초안을 마련해 다음달 본격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흐름상 논의 초점은 예외적 허용에 있어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 동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로 맞춰지고 있다.


주주 동의 이슈가 제도개선 '디테일'에 있어 핵심 쟁점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한데 '본질적 문제'는 시야를 넓혀 정부 금융정책 방향성을 고려할 때 도드라진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주주 보호 강화 측면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주 보호 강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져 수급 개선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기여할 거란 설명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 있기 마련이다. 중복상장 제도개선은 현 정부 금융정책의 대전제인 '생산적 금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복상장 금지 시 대기업 지주사 등 일부 종목들의 주가는 크게 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벤처·중소·중견 기업 관련 회수시장 위축으로 모험자본 활성화 정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복상장 예외적 허용과 관련해 업계가 벤처·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정부 방침에 따라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온 대기업 입장에서도 이번 제도개선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


알짜 자회사만 쏙 빼 추가 상장하는 방식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절망감을 안겨 왔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지주사로 전환한 대기업이 가장 싸게, 가장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 중복상장이었다.


일반주주 입장에선 '배신'일지 몰라도 기업 입장에선 '합리적 판단'이었다.


중복상장이 금지될 경우, 순수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를 확립한 대기업은 신규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투자를 결심하더라도 정부 방침을 따르다가 투자 시기를 놓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한 현시점에 정부가 나서서 불확실성을 키울 필요가 있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복상장 제도개선 방안은 생산적 금융, 첨단미래산업 육성 등 이재명 정부 금융정책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수용성 높은 제도개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현실은 7월 시행을 못박고 일단 내달리는 분위기다.


포괄적 정책 목표를 고려해 중복상장 제도개선 방안을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 저평가 '병목'을 해소하겠다며 추진되는 중복상장 제도개선이 산업 경쟁력의 '병목'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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