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애줘도 연체는 반복"…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 1년
입력 2026.06.18 07:07
수정 2026.06.18 07:07
새도약기금·채권 소각 확대에도 장기연체자 증가세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보다 신복위 의존, 예방은 과제
"조기 개입 필요성"…건전성·재기지원 균형론 부상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자문위원,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한국신용정보원·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를 주재했다. ⓒ금융위원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장기연체채권 소각과 채무조정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배드뱅크'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도약기금을 통해 장기간 갚지 못한 채무를 정리하고 취약차주의 재기를 돕겠다는 취지다.
다만 장기연체채권을 정리하는 정책이 반복되는 사이 정작 장기연체자 규모는 줄지 않고 있어 사후 처방 중심의 채무정책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90일 이상 장기연체자는 93만6000명에 달했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 인원도 2018년 9만3000명에서 지난해 18만9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금융부실채권 규모 역시 2018년 28조원에서 지난해 44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그동안 장기연체채권 정리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을 지원했고, 최근에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권을 정리하는 새도약기금을 출범시켰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개인금융부실채권 소각·매각 규모는 2018년 1조원에서 지난해 8조1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채권을 정리하는 속도만큼 새로운 장기연체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권의 기계적인 연체채권 소멸시효 연장 관행과 건전성 중심의 채권 보유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연체 채무자의 신속한 재기를 위해서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적기에 상각·매각하는 것은 물론 연체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외부 채무조정 비중이 높다.
예정처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자체 채무조정 비중은 2018년 45.7%에서 지난해 34.6%로 낮아졌다.
배드뱅크 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모든 장기연체채권이 제도 안으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장기연체채권 가운데 상당수는 법적·행정적 사유로 정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채무자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채무조정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채권을 소각하거나 매입하는 방식의 사후 정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캠코가 새도약기금에 매각하지 않고 보유했던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은 1조1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차주 수는 8만8000여명이다. 해당 채권은 시효 완성, 면책·사망, 법적 보전조치 등의 이유로 그동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던 채권들이다.
새도약기금 대상채권을 제외하더라도 캠코가 보유한 개인 무담보채권은 8조9000억원, 채무자는 45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연체채권만 2조6000억원 규모다.
배드뱅크 1년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채권 소각 규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얼마나 많은 채권을 없앴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차주가 장기연체에 빠지지 않도록 막았는지,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얼마나 빨리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시켰는지가 앞으로의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드뱅크는 이미 장기연체가 발생한 뒤의 응급조치에 가깝다"며 "상환능력 심사 고도화, 연체 초기 채무조정, 신속한 신용회복 지원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몇 년 뒤 또 다른 장기연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