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원→70만원…SK 주가에 셈법 복잡해진 최태원·노소영
입력 2026.06.17 13:31
수정 2026.06.17 14:33
"평가 시점이 쟁점"…분할비율 낮아져도 액수는 그대로일 수도
2년 새 4배 넘게 뛴 SK 주식이 만든 이혼 재산분할 소송 변수
비자금카드 막히자 주가카드 꺼낸 노소영…26일 정식 변론으로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이 SK 주가 급등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났다. 지난 15일 열린 파기환송심 2차 조정기일은 90분간 진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오는 26일 변론 절차가 재개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기일을 진행한 가운데 이번 소송의 핵심 변수가 주목받고 있다. 조정이 결렬되면서 재판부는 26일 변론을 재개해 분할 대상 재산의 규모와 기여도, 재산분할 기준 시점을 다시 심리한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마주한 건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이었던 2024년 4월 16일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쟁점은 '얼마'가 아니라 '언제'
이번 파기환송심의 최대 쟁점은 SK주식의 가액 산정 시점과 노 관장의 기여도다. 최 회장 측은 SK주식이 선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해왔다. 2심은 혼인 기간과 형성 과정 등에 비춰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인정된다며 SK 주식이 부부 공동재산에 해당해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기여 인정 부분을 문제 삼아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다만 SK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 자체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다뤄야 할 사안으로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는 2심의 관련 판단까지 대법원이 깬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최 회장 측은 SK주식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며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혼 자체와 위자료 20억원 지급 부분은 이미 확정됐다.
가액 산정 시점도 핵심 변수다. 재산분할 대상 재산의 가액은 원칙적으로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최 회장 측은 2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 관장 측은 현재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의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4년 4월 16일 기준 SK 주가는 16만원이었고, 최 회장 보유분(1297만5472주·17.90%)의 가치는 약 2조760억원 규모였다. 전날(16일) 종가는 67만3000원으로, 2024년 4월 대비 약 4.2배 올랐다. 이날 오후 1시 26분 현재 SK 주가는 장중 70만2000원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기여도 비율도 다시 쟁점으로
2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는 논리를 인정해 노 관장의 재산 기여분을 35%로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이 비자금을 불법자금으로 규정하며 이 기여 논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 측 분할비율이 35%에서 10~20%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노 관장 측은 줄어든 비율을 주가 상승분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할비율을 낮게 받더라도 가액 산정 시점을 현재로 늦추면 액수 자체는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1심은 SK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SK주식을 공동재산으로 인정해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불법자금이므로 SK에 유입됐다 해도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서린동에 위치한 SK 사옥 전경.ⓒ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지분 구조로 보는 변수
최 회장은 SK㈜ 보통주 1297만5472주(지분율 17.9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66%)이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는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자사주 1469만여 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20%)를 2027년 1월까지 소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인 기업인들의 이혼 사건에서 향후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의 8조원대 이혼 소송에서도 배우자 측이 지분 절반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결론이 비슷한 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산분할 기준 시점과 비율을 둘러싼 이번 공방의 결론이 자산 대부분이 지분으로 구성된 기업인들의 이혼 소송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