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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권한 없이 개발 속도 10배 단축? 전문가도 ‘갸웃’ [궤도 이탈 K-문샷②]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6.16 15:05
수정 2026.06.16 15:06

인류 난제 해결 나선 ‘K-문샷 프로젝트’

2030년까지 연구 생산성 2배 확대 목표

총괄 PD에 주어진 예산·권한 한계

STEPI “‘무엇’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함. ⓒ

“결국엔 연구를 위한 충분한 돈과 해당 프로그램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이 중요한데 과연 충분한 예산과 권한이 주어졌는지 의문이다. 미국을 모델로 한다는 데 비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R&D 연구기관 관계자


출범 한 달을 앞둔 ‘K-문샷(K-Moonshot) 프로그램’이 이륙단계부터 난기류를 만났다. 핵심 책임자(PD)가 학력, 이력 논란으로 중도 사퇴한 데 이어 사업 예산과 책임자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원론적 의문이 제기된다.


K-문샷 프로그램은 인공지능(AI)을 과학기술과 결합해 인류와 국가가 직면한 거대한 난제를 해결하려는 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문샷을 통해 2030년까지 과학기술 연구 생산성을 2배로 높이고, 2035년까지 국가 경쟁력 대도약에 필요한 12대 국가 과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2대 국가 미션은 국정과제인 ‘세계를 선도할 넥스트 전략기술 육성’에 따른 ‘넥스트 프로젝트’와 연계한다.


넥스트 프로젝트는 ▲신약 개발 10배 가속 ▲뇌-임플란트 상용화 ▲한국형 핵융합 소형 실증로 개발·전력 실증 ▲우주데이터센터 원천기술 확보·실증 ▲범용 피지컬 AI 모델·컴퓨팅 내재화 등을 담고 있다.


K-문샷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추진단장을 맡을 정도로 부처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배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추진단 출범식에서 “AI 패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무엇을 해낼 것인지 궁극적 목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순히 과학기술에 AI를 접목하겠다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사명감으로 K-문샷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K-문샷 추진단 출범식'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실성 떨어지는 ‘K-문샷’ 목표
장밋빛 수사에 그칠 수도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는 K-문샷 제시한 목표의 현실성과 구조적 한계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비현실적인 성과 지표다. 대표 과제인 ‘신약 개발 속도 10배 가속화’부터 문제다.


신약 개발은 기획 단계부터 임상 시험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수다. AI 기술을 적용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인 ‘후보물질 발굴’ 등은 기간 압축이 가능하다. 인간이 반복하던 시행착오를 AI 딥러닝 기술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과학계 판단이다.


문제는 임상 시험이다. 임상 시험은 전체 신약 개발에서 70% 이상 차지한다. 1상부터 3상까지 임상 시험을 진행하면서 인체가 신약 물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을 단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약물을 투입한 뒤 대사 반응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일부 약물은 장기 투약 결과를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결코 ‘10분의 1’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일부는 (후보) 물질 개발부터 (임상) 참가자 모집, 임상 시험 등 모든 단계를 거침없이 통과해서 엄청 속도를 단축할 수 있겠지만 이걸 일반화해서 시간을 10배까지 단축한다는 건 사실 기대하기 어렵다”며 “속도만 놓고 본다면 차라리 임상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K-문샷은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착안한 사업이다. DARPA는 인터넷(알파넷)과 마우스, 전자레인지, GPS, 탄소섬유, 수술 로봇, 드론, 음성인식기술(애플 Siri), 자율주행차 등 세상을 바꾼 압도적 기술들을 개발한 곳이다. 세계의 다수 과학 연구기관들이 DARPA를 모방하는 이유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월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K-문샷 추진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DARPA·제네시스 미션과 비교
예산·권한·법적 지위 차이 커


K-문샷과 DARPA를 비교하면 가장 차이 나는 부분이 예산이다. 지난해 DARPA 예산은 약 5조8000억원 가량이다. K-문샷은 내년 예산 요구액이 6000억원 수준이다. DARPA 10분의 1 수준이다.


재정뿐만 아니라 권한에서도 비교 불가다. DARPA 책임자(Director)는 예산 집행, 프로젝트 관리, 신규 채용·해고에 있어 강력한 자율권과 무제한에 가까운 재량권을 갖는다.


반면 K-문샷은 전문가인 PD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방식이다. PD에게 주어진 관련 사업의 예산 조정은 자문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운영 제도와 권한 범위 등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점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15일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에 잘 나타나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미국이 발표한 AI 기반 과학기술 혁명 가속화 사업 ‘제네시스 미션’과 비교해 K-문샷 성공을 위해서는 PD 자율책임 수행과 예산 우선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PD에게 조정 권한이 아니라 미션 예산권과 피보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PD가 단순 과제 관리자가 아니라, 미션별 예산 묶음, 플랫폼 자원 우선권, 과제 중단·통합·확대 권한, 민간 파트너 선정 권한을 가지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K-문샷 예산의 우선성 확보 및 부처별 R&D 예산의 K-문샷 미션 분담을 권장해야 한다”며 “예산편성 및 집행에서의 자율책임 보장, 연례적 지출구조조정 예외, 유보금 활용 등을 법령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단번에 대규모 예산으로 확정해 집행하기보다 초기 검증과 성과 판정,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단계별 실행 체계가 더 효율적이라며 K-문샷 고유 미션 실행 방식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주 STEPI 선임연구위원은 “K-문샷의 성패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며 “임무형 실행전략을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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