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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종전 이후 글로벌 정세와 한반도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6.16 07:00
수정 2026.06.16 07: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연합뉴스
종전 협정 조인 초읽기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양국간 종전 협정 조인이 눈 앞에 다가왔다. 핵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권, 동결된 이란 자금 재재 해제 등의 이슈가 모두 정리됐다 한다. 필자는 핵과 호르무즈 해협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며(본지 4월 13일자 ‘미국 이란 협상 결렬, 내심은?’ 참조), 하메네이 비자금이 트럼프가 가진 비장의 카드라고(본지 7월 7일자 ‘트럼프의 비장의 카드’ 참조) 일찌감치 예견한 바 있다. 결국 2000억 달러 규모의 하메네이 비자금 때문에 이란이 두 손 들고 종전 협상은 최종 타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의 80세 생일상(14일)을 차려 주기 싫어 끝까지 몽니를 부리며 조인식은 19일에 이뤄지게 됐다.


이란은 원래 기원전부터 동서양 대제국을 잇는 실크로드 가운데 자리잡고 통과세 받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 차, 인도의 후추, 정향, 육두구 등의 향신료가 유럽으로 건너갔다. 비단과 도자기, 차, 후추, 정향, 육두구 등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싸게 거래됐다. 사막과 고원, 도적떼가 득시글하는 중동을 지나 유럽(고대 로마)로 가면 가격은 중국을 출발할 당시보다 수십 배에 이르렀다. 이란(페르샤, 호라즘 제국)은 대상들에게 물 한 잔, 빵 한 조각을 비싸게 팔며 돈을 짜내던 악랄한 국가였다.


이란의 전략적 실패


이번에도 국제법이 인정하지도 않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권을 빌미로 봉이 김선달 행세를 하며 막대한 통행세를 걷으려 획책했다. 그러나 어떤 거래에도 공짜는 없다. 걸프 연안국에게 함부로 미사일과 드론을 쏴대며 적으로 돌린 것은 이란의 최대 실착 중의 하나다. 걸프 연안국들이 과거처럼 잔뜩 겁을 먹고 미국에 종전을 졸라댈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나, 이번에는 연안국들이 작심하고 결사 항전 태세로 나섰다. 또 연안국들은 원래의 숙적인 이스라엘과도 대 이란 전선에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미국을 매개로 사실상의 동맹이 되었다. 서로 견제하던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도 대 이란 전선에 나란히 섰다. 중동 전역에서 고립, 장기적인 이란의 큰 패착이다.


이란은 핵 개발이 중단됐다. 고집부리다가 전국토가 초토화되는 참화를 겪었다. 식량난이 가중되고 산업, 교통 인프라가 모두 무너졌다. 복구해야 할 테크노크라트와 기술 인재의 손실은 추산도 못한다. 트럼프 표현대로라면 ‘석기시대’로 되돌아갈 지경이다. 혁명 수비대는 아직 온전히 남아 있지만, 국가 경제에 부담만 주고 국민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이란이 전후 복구 비용을 5000억 달러로 추산하고 미국에 청구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이 종전 협정을 충실히 이행하는지를 확인하면서, 하메네이 비자금을 일부 순차적으로 풀어주는 선에서 이란을 달랠 것이다. 이란이 인프라를 모두 복구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40~50년은 걸릴 것이다.


트럼프의 득실


미국과 트럼프의 이해득실은 조금 복잡하다. 미국 내에서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고물가·고유가·고금리, 3고에 따른 전쟁 반대 여론이 고조됐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내에서도 전쟁 반대 여론이 일부 제기되고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룹에서도 이론(異論)이 제기되는 것처럼 보도됐다. 그 과정에서 일부 핵심 장관들이 경질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명운을 좌우할 중간 선거는 겨우 5달 남았다. 트럼프와 추종 세력은 겉으로는 큰 곤경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일파는 이란전 개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휴전 협상과 종전 협상 과정에서 막대한 실리를 취했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폭리세(windfall tax) 적용을 검토할 정도로 목돈을 벌었다. 금융시장에서 유가가 출렁거리고 주식이 출렁거릴 때마다 금융가와 펀드들은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폭리세로 얻은 막대한 재정 수입을 미국 저소득층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면 불만도 사라질 테니 큰 걱정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UFC 프리덤 250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AP/뉴시스
미국이 얻은 것과 잃은 것


트럼프 일파의 득실과는 별개로 미국 국가로서는 잃은 것과 얻은 것을 잘 따져봐야 한다. 미국은 에너지 패권을 재확인하고,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데는 성공했다. 이란과 중국의 연대를 끊는데도 일정 부분 성공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는데도 일정 부분 성공했고, 이란의 군사력을 타격하는데도 성공했다.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집단을 무력화시키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대가가 너무 크다.


우선 미국은 유럽 동맹국의 신뢰를 잃었다. 너무 다그치다가 캐나다·독일·영국·스페인·독일·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가 됐다. 주요 동맹국 가운데는 일본만이 미국 입맛대로 움직일 뿐이다. 막대한 전비를 투입하고도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불분명하다, 동맹국들에게 전비 분담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도 남았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1960년대 이래 가장 밀착한 것도 미국의 세계 전략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해군이 북한 두만강을 통해 동해안으로 바로 진출할 가능성을 타진했을 수도 있다.


다음 분쟁지역은 한반도?


혹자는 종전 협상에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한탄한다. 사실은 이란도, 미국 트럼프도 일찍 종전에 도장을 찍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본지 4월 13일 ‘항룡유회 또는 지족불욕’ 참조) 그러나 이란도, 트럼프도 자존심을 내세우다가 때를 놓치고 벼랑 끝에 서서야 타협에 이르렀다. 이란은 소중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뻗대기만 해서는 큰 실익이 없다는 것을. 트럼프도 깨달았을 것이다. 너무 여러 곳에 전선을 펼쳐서는 아무리 1강 초강대국이라도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1950년대 한국 전쟁은 겨우 ‘휴전’협정에만 2년 반이 걸렸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정전 협정은 4년 8개월 걸렸다. 1970년대 말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은 1년 4개월 걸렸다. 1990년대 말 북아일랜드 평화 과정(Peace Process)는 짧게 잡아도 4년 걸렸다. 한국·베트남·북아일랜드는 모두 국지 분쟁이었고 세계 경제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중동 평화 협정은 세계가 관심이 많았다. 이란 전쟁은 이스라엘과 아랍의 전쟁 이상으로 세계가 가슴 졸이며 종전을 기다린 전쟁이었다. 그리고 110일 정도만에 끝났다. 이 정도면 근 50년 가까운 미국과 이란 간의 묵은 감정을 정리하는 데는 짧은 시간 아니었을까?


다음 전장은 동북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만해협이 가장 유력하고 한국 동해안도 위험하다. 한국 정부의 현명한 외교 전략과 실행 역량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은 지방선거 이후 여권 내부, 여야 관계, 야권 내부 모두 복잡하다. 정부 당국자는 명심해야 한다. 국내 정치가 혼란할 때는 국제 정세에 깊숙이 발을 디디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그리고 손자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전쟁은 속전속결이 최선이라고.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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