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고용부진 더 깊어진 민생…하반기 경제정책 시험대
입력 2026.06.15 17:05
수정 2026.06.15 17:06
성장 온기 못 미친 취약계층
수출 호조 속 커지는 민생 과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성장률이 5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일자리와 물가, 소득 격차 부담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에서 성장세 유지와 함께 민생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보다 10.5% 늘었다. 1976년 1분기 이후 약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면서 성장률 전망도 상향되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성장률을 2.6% 수준으로 관측했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은 3%대 성장률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고성장에도 고용·분배 악화…청년·저소득층 체감 냉랭
고용시장은 경기 회복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만9000명 줄었다. 월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24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제조업 부진이 고용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5월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4만명 감소했다. 반도체가 수출과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고용 유발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 고용도 악화하고 있다. 15~29세 취업자는 25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2022년 11월 이후 43개월째 줄고 있다.
소득 지표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1분기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은 548만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다. 하지만 소득 하위 10%인 1분위 가구 월소득은 73만원 수준에 그쳤다. 1년 전보다 0.9% 줄어 모든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했다.
1분위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월수지도 82만원가량 적자였다. 현재 기준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9년 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이다. 반면 소득 상위 10%인 10분위 가구는 월 574만원에 가까운 흑자를 냈다.
환율·물가 변수 확대…하반기 정책은 민생 안정에 무게
환율과 물가도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1~4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집계 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중동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과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원화 약세를 키웠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26개월 만에 3%를 넘어섰다. 석유류 물가는 24.2%나 올랐다.
정부는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책 방향은 성장세 유지와 민생 안정의 균형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환율 변동성 완화, 취약계층 지원, 청년 일자리 보완책이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민생 안정 대책과 함께 성장 과실을 어디에 배분할지도 하반기 경제정책의 쟁점으로 꼽힌다. 반도체 중심 성장세가 고용과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단기 지원과 장기 투자 사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생 대응 넘어 성장과실 확산…구조 전환 필요”
전문가는 고성장과 민생 지표 사이 괴리가 불균형 성장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고용과 가계소득 전반으로 효과가 확산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골고루 성장해야 건강하게 커질 수 있다”며 “일부 산업만 확대되고 나머지 부문이 위축되면 가계소득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성장 과실을 당장 나누는 방식보다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그는 “지금 과실을 모두 나눠 쓰면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꺾였을 때 남는 것이 없을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성장 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도 단기 부양보다 장기 성장 기반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정부와 국민 모두 단기적인 시각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며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