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시한폭탄' 잡은 서울아산병원…국내 첫 뇌동맥류 치료 2만례
입력 2026.06.15 14:59
수정 2026.06.15 14:59
1989년 첫 수술 이후 36년간 치료 경험 축적
비파열 환자 비중 94%…예방치료 중심 전환
서울아산병원 뇌혈관팀이 국내 처음으로 뇌동맥류 치료 2만례를 달성했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안재성 교수가 뇌동맥류 환자를 수술하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최초로 뇌동맥류 치료 2만례를 달성했다. 1989년 첫 뇌동맥류 수술을 시행한 이후 36년간 축적해온 고난도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이룬 성과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파열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 터지면 뇌출혈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뇌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뇌동맥류 환자는 2007년 약 1만2000명에서 2022년 약 9만7000명으로 15년 만에 8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파열성 뇌동맥류로 치료받는 환자도 연간 약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아산병원 뇌혈관팀은 1989년 첫 뇌동맥류 수술 이후 최근까지 총 2만874례의 뇌동맥류 치료를 시행했다. 뇌동맥류 치료 2만례를 넘긴 것은 국내 처음이다. 특히 2019년 이후에는 매년 1000례 이상의 고난도 치료를 안정적으로 시행하며 지난해 8월 2만례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건강검진 활성화와 영상진단 기술 발달로 비파열 뇌동맥류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비파열 뇌동맥류 비중은 1989~1993년 4.4%(21명)에 불과했지만, 2015년 처음으로 90%를 넘어선 이후 최근에는 93~94% 수준까지 증가했다. 뇌동맥류 치료의 패러다임이 파열 후 응급치료에서 파열 전 예방치료로 전환되고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서울아산병원 뇌혈관팀이 국내 최초 뇌동맥류 치료 2만례 달성을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뇌동맥류 치료에는 크게 외과적 수술인 ‘클립결찰술’과 혈관 내 시술인 ‘코일색전술’이 활용된다. 클립결찰술은 두개골을 열어 동맥류 부위를 클립으로 묶는 수술이며, 코일색전술은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백금 코일을 삽입해 동맥류 내부 혈류를 차단하는 시술이다. 형태가 복잡한 뇌동맥류의 경우 심정지 후 동맥류 경부결찰술이나 두개강 내·외 혈관문합술 등이 시행된다.
서울아산병원이 시행한 2만874례의 치료를 분석한 결과, 클립결찰술·혈관문합술 등 수술적 치료는 1만3334건, 코일색전술·혈류전환 스텐트 등 혈관 내 치료는 7540건으로 집계됐다. 환자의 나이와 가족력, 뇌동맥류의 위치와 형태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한 결과다.
또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10년간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주요 합병증 또는 사망·중증 후유장애 발생률은 클립결찰술 3.5%, 코일색전술 1.7%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에서 보고된 클립결찰술 6~12%, 코일색전술 5~10%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의 뇌동맥류 치료는 1989년 황충진 신경외과 교수의 첫 수술로 시작됐다. 이후 1991년 국내 최초로 심정지 후 동맥류 경부결찰술을 시행했고, 1996년에는 권도훈 신경외과 교수가 국내 최초로 가느다란 백금 코일(GDC 코일)을 이용한 색전술을 성공시키며 치료 영역을 넓혔다.
현재까지 권병덕·안재성 교수가 각각 뇌동맥류 수술 5000례와 5140례를, 박중철 교수가 뇌동맥류 색전술 3432례를 시행하는 등 국내 뇌동맥류 치료의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안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는 파열 전까지 아무 증상이 없지만, 한 번 터지면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2만 례라는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 건 한 건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치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