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대, 출판 시장 채우는 ‘새 트렌드’ [팬덤과 출판 양극화①]
입력 2026.06.14 08:33
수정 2026.06.14 08:33
북클럽→대본집
'다양화' 된 출판계 팬덤, 영리한 겨냥이 중요
최근 출판 시장에서는 책이나 작가를 넘어, 출판사 직원까지 팬들의 ‘덕질’ 대상이 되는 독특한 팬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의 김민경 편집자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 편집자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통해 책 소개는 물론, 직장인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DB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넷플릭스 ‘만학도 지씨’, 유튜브 콘텐츠 ‘살롱드립’에 게스트로 출연하는가 하면, 배우 고아성, 유튜버 찰스엔터와 함께 예능 콘텐츠 ‘도시여자대피소’의 진행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독자층의 팬덤화는 출판사 성장의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유튜브 콘텐츠로 형성된 민음사의 팬덤 화력은 고스란히 유료 회원제 도입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마감된 민음사의 독서 커뮤니티 ‘민음북클럽’(16기)은 유료 회원제임에도 불구하고, 모집 시작 직후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가입자가 폭주했다. 이에 민음사 측은 당초 예상했던 정원(2만명)을 넘어 2만 5000명으로 규모를 확대해 최종 마감했다.
이러한 팬덤의 인기는 실질적인 경영 성과로도 증명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5 출판시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민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6억 1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1억 7700만원으로 72.7%나 급증했다.
민음사 외에도 문학동네, 창비를 비롯해 유유출판사, 예스24 등 다양한 출판사 및 플랫폼이 ‘북클럽’을 운영하며 팬들과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있다. ‘수익’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독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며 출판사에 대한 관심을 확대 중이다.
북펀딩을 통해 출간 전부터 독자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기도 한다. 북펀딩은 책 출간 전, 독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출간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젲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도됐으나, 최근에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의 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책 관련 굿즈들ⓒ뉴시스
이는 펀딩 플랫폼 또는 서점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한편, 독자들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앞서 백세희 작가가 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의 꿈백화점’ 등이 펀딩 커뮤니티 텀블벅을 통해 주목을 받은 뒤, 독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영화, 드라마 대본집 역시 제작 단계부터 팬심을 겨냥하는 영리한 기획으로 꼽힌다. 배우 변우석, 김혜윤 주연의 글로벌 흥행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대본집은 출간과 동시에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 등에 판권이 판매됐다. 드라마 또는 배우 팬덤을 겨냥한 출판 기획이 국내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삼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된 셈이다.
드라마나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조용히 책만 읽는 ‘정적인 독서’만으로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판계 관계자는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장’하기 위해 전자책과 종이책을 함께 구입하는 독자 등을 예로 들며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외적으로 재미를 주는 것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