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대출·기초보험, 취지 좋지만…금융기본권, 법제화 과제 ‘수두룩’
입력 2026.06.15 07:09
수정 2026.06.15 07:09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 8월 법안 발의 추진
저신용자에 장기·저리 대출, 공공실손보험 검토
도덕적 해이 우려, 민간 통한 재원 마련 논란도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금융기본권' 관련 논의가 본격 추진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도덕적 해이 우려와 함께 시장 논리를 훼손할 수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연합뉴스
저신용·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이른바 ‘금융기본권’ 논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기초대출, 기초보험 등 4대 기초금융을 실현해 최소한의 금융 안전망을 확충하겠단 복안인데, 도덕적 해이 우려와 함께 민간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놓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는 지난 11일 ‘제2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 및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금융은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게 금융기본권의 출발이다.
김은경 신복위원장은 “민생금융을 시혜의 영역에서 헌법에 근거한 보편적 권리로 전환할 입법 적기가 도래했다”며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을 통해 금융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신복위와 함께 8월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을 발의한단 계획이다.
법안은 금융 접근권·생존권·자립권을 보장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권과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자산형성권 등 5대 권리를 보장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같은 권리를 실현할 수단으로는 기초대출, 기초보험, 기초상담·재무조정, 기초저축 등 4대 기초금융 상품 체계가 거론된다.
특히 신용 하위 30%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의 자금을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기초대출’과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공공 실손의료보험’ 도입이 골자다.
기초금융 상품 운용을 위한 재원은 금융사로부터 조달한단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저신용자를 배제하는 약탈적 금융으로 금융사들이 누리는 반사이익만으로도 (재원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며 “레버리지를 일으키게 만드는 금융투자기관, 가상자산 관련 업체를 모두 포함하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기본권 논의가 본격화하자 시장에선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시장 논리를 훼손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문턱을 낮춰 대출을 확대할 경우, 정책금융 자체의 부실도 불가피하다.
이미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 보증상품인 햇살론 연체율과 대위변제율은 상당한 수준이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근로자햇살론의 대위변제율은 2016년 2.2%에서 지난해 12.4%로 상승했다.
최저신용자 대상 고금리 대안 상품인 햇살론15의 경우 2022년 14.0%던 대위변제율이 지난해 26.8%로 치솟았다. 최근 3년간 12.8%포인트(p) 뛴 셈이다.
여기에 1000만원 규모의 기초대출 상품까지 마련되면 대규모 부실 리스크와 함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교화된 제도 설계 없이 무조건적인 지원 확대는 취약계층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다중채무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 역시 실효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금융사들이 사회공헌 성격으로 부담하던 비용을 법제화하면 고정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여신 기능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 디지털자산 업계나 원금 손실 가능성이 다분한 투자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투자업계에도 출연금을 강제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빚 탕감’에 초점을 맞춘 일시적인 지원이 아닌 일자리 창출, 실질적인 재기 기회 마련 등 본질적인 금융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원리를 흔들기보다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 체계 안에서 정부 재정과 민간 금융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부실 지표가 빠르게 상승하는데,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