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보의 감소에 타들어 가는 지역의료…"단기 인력 풀 구축·복무 개선 시급"
입력 2026.06.12 13:01
수정 2026.06.12 13:25
12일 '대한의학회 창립 60주년 학술대회'
신규 의과 공보의 98명…6년 만에 6분의 1 수준 감소
의료계 “복무기간 단축·인력풀 구축 등 즉각 대책 필요”
김대연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온라인으로 기조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감소로 인한 지역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의료계가 단기 인력 확보와 복무제도 개선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계는 공보의 감소가 예견된 문제였던 만큼 더 늦기 전에 지역의료 인력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의학회는 12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옴니버스파크에서 ‘소통과 공감, 새로운 60년을 열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지역의료와 의사인력’ 세션에서 공보의 감소에 따른 지역의료 위기와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김대연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단기 의료인력 확보 방안’ 주제 발표에서 “현재 공보의 부족 문제는 갑작스러운 재난이 아닌 이미 예측 가능했던 위기”라며 “예고된 위기였음에도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당초 현장 발표를 준비했지만 응급실 근무로 인해 온라인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이 같은 상황 자체가 지역의료 인력난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공보의는 의사 면허를 가진 병역의무자가 장교 신분으로 36개월간 농어촌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역병(18개월)의 두 배에 달하는 복무기간 부담과 의대생들의 현역병 선호 현상 등이 맞물려 인력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의과 공보의 신규 편입 인원은 98명으로, 2019년 663명의 6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전체 의과 공보의 수도 같은 기간 1960명에서 593명으로 줄었다.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보건지소는 지난해 730곳에서 올해 1023곳으로 늘었으며, 2027년에는 전체 보건지소의 86.9%인 1083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과장은 단기 대책으로 ▲전국 단위 계약직 의료인력 풀(Pool)구축 ▲격오지 중심 보상 인센티브 강화 ▲지원 인력 활용을 통한 업무 경감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은퇴 의사와 경력단절 여성의사, 전역 예정 공보의 등 의료 인력들이 의료 공백 발생 시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격오지 근무 수당과 숙소·교통비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유일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의학회 정책이사)가 12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김유일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공보의 확보 방안으로 '복무기간 단축'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지역의료 인력을 가장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공보의 제도 활성화”라며 “의무복무 기간을 현행 36개월에서 24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해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공보의 320명과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의대생의 97.9%가 긴 복무기간을 공보의 기피 요인으로 꼽았다. 공보의를 희망했던 응답자의 83.4%는 복무기간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현역병 입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공보의 제도를 활성화하면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에 투입되는 재정·인력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필수의료 분야 근무환경 개선과 의료분쟁 부담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지역의료 인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지역에는 기존 인력과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부 내부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추고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료 위기를 의사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현실에 맞는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패널로 참석한 백형기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복지부도 지역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인력 양성과 함께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