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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보다 ‘부계’가 뜬다…중소 아이돌의 유튜브 알고리즘 공략법 [D: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6.13 11:01
수정 2026.06.13 11:01

우연한 역주행은 옛말…리센느·82메이저, 공식 로고 뗀 부계정 날것 콘텐츠로 팬덤 밖 알고리즘 뚫는다

중소 아이돌의 유튜브 활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팬이나 외부 이용자가 올린 직캠, 무대 영상, 댓글 모음이 알고리즘을 타며 팀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기획사와 제작진이 직접 공식 계정과 다른 결의 부계정 콘텐츠를 운영하며 바이럴의 출발점을 설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갸루의 자세에 대해서 배워보았습니다’에서 나온 ‘거제 야호’ 밈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센느(RESCENE)다. 리센느는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를 통해 예상 밖 화제성을 얻었다. 해당 채널에 따르면 최신 영상 ‘갸루와 거제 2편’은 업로드 6일 만에 조회수 355만회를 기록 중이다. 채널명부터 기존 아이돌 공식 콘텐츠와는 거리가 있다. 깔끔하게 정제된 팀명이나 회사명 대신, 개인이 갑자기 만든 것처럼 긴 문장형 이름을 내세웠다. 이 느슨하고 장난스러운 형식이 오히려 유튜브 이용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특히 멤버 미나미의 갸루 캐릭터와 ‘거제 야호’ 밈은 숏폼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거제 출신 멤버 원이를 중심으로 출발한 지역성, 미나미의 과장된 갸루 콘셉트, 날것에 가까운 편집 톤이 맞물리며 리센느를 모르는 이용자에게도 먼저 캐릭터가 각인됐다. 팀보다 멤버의 밈이 먼저 퍼지고, 이후 팀명과 음악으로 관심이 이동했다.


이 흐름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리센느의 ‘러브 어택’(LOVE ATTACK)은 온라인 입소문과 숏폼 확산에 힘입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했고, 멜론 탑100 차트에서 11일 오후 3시 기준 8위에 자리잡고 있다. ‘거제 야호’라는 밈은 지역 홍보로까지 확장돼 거제시 홍보대사로도 발탁됐다.


이 지점에서 리센느의 사례는 과거 중소 아이돌 역주행 공식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이엑스아이디(EXID)의 경우 멤버 하니의 직캠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위아래’ 역주행을 이끌었다. 브레이브걸스는 위문공연 무대와 댓글 모음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며 ‘롤린’(Rollin) 신드롬을 만들었다. 두 사례 모두 외부에서 생산된 영상이 팬덤 밖 대중에게 도달하며 팀의 운명을 바꿨다.


반면 리센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외부 이용자가 우연히 올린 영상이 아니라, 멤버 개인 채널 형태의 콘텐츠가 바이럴의 중심이 됐다. 반응 자체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콘텐츠의 출발점은 훨씬 능동적이다. 기획사와 제작진이 팬덤 안에서만 소비되는 공식 자체 콘텐츠(이하 자콘 / 통상 자컨으로 표기)을 넘어, 알고리즘에 걸릴 수 있는 별도 포맷을 만든 것이다.


핵심은 공식 같지 않은 날것의 매력이다. 기존 아이돌 자체 콘텐츠는 대체로 팀 로고, 통일된 자막, 정돈된 편집, 팬덤을 의식한 구성이 강했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부계정형 콘텐츠는 일부러 덜 정제된 듯한 말투와 편집, 낮은 제작 장벽, 멤버의 캐릭터성을 앞세운다. 팬덤의 취향만을 고려하기보다 전반적인 유튜브 이용자에게 첫인상을 먼저 남기는 방식이다.


이는 아이돌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지금의 대중은 팀 전체의 세계관이나 앨범 서사를 처음부터 따라가기보다, 쇼츠나 릴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10~30초짜리 장면으로 멤버를 먼저 접하는 경우가 많다. 노래보다 표정, 캐릭터, 말투, 밈이 먼저 소비되고, 그 뒤에 팀과 곡으로 관심이 이동한다. 중소 아이돌에게는 이 우연한 접점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대형 기획사 아이돌은 음악방송, 예능, 광고, 플랫폼 프로모션 등 노출 경로가 다양하다. 반면 중소 기획사 아이돌은 대중에게 팀명을 각인시키는 일부터 쉽지 않다. 이때 유튜브 부계정형 콘텐츠는 비용 대비 높은 가능성을 가진 전략이 된다. 큰 제작비가 필요한 예능형 자컨보다 가볍고,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를 전면에 세울 수 있으며, 알고리즘을 통해 팬덤 밖 이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82메이저 ⓒ 유튜브 ‘에투메’ 채널

82메이저(82MAJOR)도 비슷한 시도를 시작했다. 이들은 ‘에투메’ 계정을 만들어 기존 공식 자컨보다 더 느슨하고 날것의 감성이 살아 있는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리센느처럼 이미 팀 성과로 크게 확장됐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중소 보이그룹까지 별도 계정 또는 부계정처럼 보이는 콘텐츠 실험에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에투메’의 흥미로운 점도 완성도 높은 공식 자컨과는 다른 톤에 있다. 정돈된 아이돌 예능보다 멤버들이 편하게 노는 듯한 분위기, 다소 엉뚱한 자막과 상황, 팬이 아닌 이용자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짧은 호흡이 특징이다. 아이돌 자컨 특유의 팬서비스 문법보다 유튜브 웹예능 감각을 취하려는 시도다.


이런 흐름은 ‘부캐’와도 닮았지만 정확히는 ‘부계’에 가깝다. 부캐가 멤버가 특정 캐릭터를 연기하는 방식이라면, 부계는 콘텐츠가 놓이는 공간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다. 공식 계정에서는 팀의 완성된 이미지와 음악적 성과를 보여주고, 부계정형 콘텐츠에서는 더 느슨한 캐릭터와 웃긴 장면을 노출한다. 같은 아이돌이지만 플랫폼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물론 이 방식이 모든 중소 아이돌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부계정형 콘텐츠는 날것처럼 보이는 기획이 핵심인데, 이것이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보이는 순간 매력은 빠르게 줄어든다. 이용자들은 공식 홍보물보다 자연스러운 장면에 반응하지만, 동시에 그 자연스러움이 계산된 것처럼 보이면 쉽게 식는다. 유튜브식 편집과 밈 문법을 따라 한다고 해서 모두 바이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멤버의 실제 캐릭터와 콘텐츠 포맷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리센느의 경우 원이의 개인 채널이라는 형식, 미나미의 갸루 캐릭터, 거제라는 지역성이 우연처럼 맞물리며 밈이 됐다. 단순히 웃긴 자막을 달거나 일부러 B급 감성을 흉내 내는 것만으로는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멤버가 가진 실제 매력과 플랫폼 문법이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팀으로의 전환이다. 부계정형 콘텐츠가 특정 멤버의 캐릭터를 띄우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관심이 팀명과 음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일회성 밈으로 남을 수 있다. 리센느의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거제 야호’라는 밈이 멤버 인지도를 넘어 ‘러브 어택’ 역주행, 팀 화제성, 거제시 홍보대사 발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콘텐츠 바이럴이 음악과 팀 브랜드로 연결된 드문 사례다.


중소 아이돌에게 유튜브는 여전히 기회의 플랫폼이다. 다만 그 기회는 과거처럼 외부 이용자의 우연한 직캠 하나에만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제는 기획사가 직접 알고리즘에 맞는 포맷을 고민하고, 멤버의 캐릭터를 팬덤 밖 언어로 번역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직캠 역주행의 시대를 지나, 부계정형 바이럴이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관건은 공식과 비공식 사이의 균형이다. 너무 공식적이면 유튜브 이용자는 홍보물로 받아들이고, 너무 날것이면 팀의 브랜드 관리가 어려워진다. 리센느와 82메이저의 시도는 중소 아이돌이 제한된 자원 안에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보여준다. ‘부계’는 단순한 재미용 계정이 아니라, 팬덤 밖 대중에게 아이돌을 처음 발견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되고 있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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