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극장 개봉 고집하는 감독과 일 안 해"...다시 원칙 꺼내든 넷플릭스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6.13 02:58
수정 2026.06.13 02:58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는 극장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워너브러더스 인수 추진에 나섰고, 그레타 거윅 감독의 신작 '나니아'에는 넷플릭스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와이드 릴리즈 방식의 극장 개봉을 결정했다. 이는 스트리밍 플랫폼과 극장이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6월 4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회장 댄 린이 "극장 개봉을 원하는 감독들과는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돈다.


단순한 원칙 확인처럼 보이지만, 넷플릭스가 궁극적으로 어떤 사업 모델을 지향하는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넷플릭스

넷플릭스와 극장의 관계는 오랫동안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갈등 지점 가운데 하나였다. DVD 우편 대여 사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시대를 열며 기존 영화 산업의 유통 질서를 흔들었다. 극장 개봉 이후 수개월이 지나야 TV와 VOD로 넘어가던 홀드백 체계를 무너뜨렸고, 관객을 극장이 아닌 집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극장이 문을 닫는 사이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급격히 늘렸고, 현재는 3억 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규모의 성장과 별개로 넷플릭스에는 꾸준히 따라붙는 숙제가 있었다. 영화 산업 안에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할리우드에는 여전히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될 때 비로소 영화가 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드니 빌뇌브, 쿠엔틴 타란티노 등 극장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들은 스트리밍 중심 공개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넷플릭스가 거장 감독들과 협업하고 영화 산업의 중심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타협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제한적 극장 개봉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 등에 극장 상영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단순히 감독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오스카를 비롯한 주요 시상식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기도 했다. 실제로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랫동안 극장 개봉을 작품 출품의 핵심 요건으로 유지해 왔다. 현재 작품상 후보작은 최초 개봉일로부터 45일 이내 미국 상위 50개 시장 중 10개 지역에서 최소 7일 이상 상영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극장은 수익 창구라기보다 시상식 경쟁 자격과 작품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공간에 가까웠다.


'로마'는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파워 오브 도그'는 작품상과 감독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넷플릭스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그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극장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갔다. 올해는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인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영화 산업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여기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월 아이맥스가 잠재적 매각 협상에 들어갔으며 넷플릭스와 애플, 소니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극장 활용 범위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참여한 신작 '클리프 부스의 모험'은 12월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전 세계 아이맥스 극장에서 2주간 먼저 상영될 예정이다. 이는 시상식 출품 요건 충족을 넘어 대형 스크린 경험 자체를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 역시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극장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지만, 댄 린의 발언은 그 변화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넷플릭스가 극장을 활용할 수는 있어도 사업 모델의 중심을 극장으로 옮길 생각은 없다는 뜻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번 발언은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와 전 영화 부문 수장 스콧 스투버가 보여온 접근법과도 결이 다르다. 스투버는 크리스토퍼 놀란 영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창작자 친화적 전략을 추구했고, 서랜도스 역시 극장 체인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며 넷플릭스가 극장의 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반면 댄 린은 협력의 여지는 두되, 그 범위와 조건은 넷플릭스가 직접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다 명확히 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