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기업에 AI칩 수출금지 검토”…美 규제 발맞추기
입력 2026.06.10 20:39
수정 2026.06.10 20:39
대만 신주시 신주과학단지에 자리잡고 있는 TSMC 본사 건물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대만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맞춰 인공지능(AI) 칩의 대중(對中) 수출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보조를 맞추면서 엔비디아 칩이 들어간 AI 서버 등이 중국에 우회 반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9일(현지시간) 대만 당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 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 성능 이상의 AI 칩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토되는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라이칭더 정권이 내놓은 첨단 제품의 대중 수출통제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조처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주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서 대만의 역할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대만은 지난해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중신궈지(SMIC)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 바 있다. 당시 조치가 특정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정부 허가대상으로 묶은 것이었다면, 이번 방안은 중국 시장 전반을 겨냥해 첨단 AI 칩과 서버의 우회반출을 차단하는 성격이 짙다. 홍콩이나 일본 등 제3국을 거친 간접 조달 통로도 더 좁아질 수 있다.
대만에서 엔비디아 등 AI 칩의 중국 수출 자체는 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대만 당국은 판매자들에게 거래를 강행하면 미국의 수출제한 규정을 어기는 것이라고 경고할 수 있었지만, 처벌하려면 문서 위조 등 기존 법을 적용해야 했다. 실제로 대만 당국은 지난달 문서 위조 혐의로 AI 칩 밀수 용의자들을 처음 구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 중인 방안이 도입되면 대만에서 중국으로 AI 칩을 밀반입하는 행위를 형사 범죄로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대만의 고민은 적지 않다. 대만은 세계 AI 칩과 서버 공급망의 핵심 거점 가운데 하나다.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은 대만 경제와 증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만 당국은 자국 기업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는 방안의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대만이 미국식 접근을 따르는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지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만 경제부는 "대만과 미국은 첨단 칩을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문제 등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전략적 첨단기술 물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만이 화웨이와 중신궈지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자 중국 정부는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이 “미국에 무릎 꿇고 아첨한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특히 자사의 ‘어센드 AI 칩’ 생산을 대만 업체에 상당수 의존해온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직접 타격을 받을 전망이.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대형 AI 플랫폼 기업은 엔비디아의 ‘H200 블랙웰’ 등 최신 AI 칩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