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MOU에 美공화당마저 부글부글…“레이건이 무덤서 뒤척”
입력 2026.06.18 21:07
수정 2026.06.18 21:08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을 하던 중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 미 백악관 엑스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서명한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가 공개되면서 미국 정치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등 핵프로그램 처리방식은 모호한 반면 일부 대이란 제재의 즉각적 완화와 대규모의 이란재건기금 조성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 일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빌 커시디 연방 상원의원(공화당)은 이날 “레이건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다. 최근 수십년간 최악의 외교정책 실수”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이란의 핵 야심은 억제되지 않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면 통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장래에 틀림없이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정부가 조성을 약속한 3000억 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재건기금과 동결자산 해제, 석유판매 허용 등으로 이란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고 핵 야심을 더 키워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란재건기금 조항은 트럼프 지지층에서조차 반발을 사고 있다. 보수 정치평론가 마크 티센은 폭스뉴스에 “나치가 권력을 잡았는데 독일 재건을 위한 ‘마샬 플랜’을 제안한 꼴”이라고 비난했다.
대(對)이란 강경파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도 “우리를 죽이려는 신정주의 광인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조언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유엔대사를 지냈던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트럼프 정부가 지나치게 합의를 도출하는데 매몰됐다”며 이란에 제재를 풀고 돈을 풀어주는 것은 “우리가 방금 파괴한 위협을 재건하도록 돈을 대는 거대한 실수”라고 강조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해 놓고 끝낼 방법을 몰랐다며 몰아붙였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의 큰 재앙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너무 많은 면에서 이란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덤 시프 상원의원(민주당)은 “이란에는 훌륭한 합의이고 미국에는 끔찍한 합의”라고 날을 세웠다.
세계 주요 외신들도 사실상 미국의 '항복 선언'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1919년 독일이 1차 세계대전 패배를 인정하는 굴욕적인 베르사유 조약에 서명했던 바로 그 장소인 베르사유 궁전에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며 “트럼프가 베르사유에서 무조건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4개 항목 모두 이란의 승리"라고 평가했고, NBC방송은 "백악관 관계자가 이번 합의를 '저강도 굴욕'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