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행사 가능성' 어디까지…금감원 재취업 기준 논란
입력 2026.06.10 06:32
수정 2026.06.10 06:32
김미영 전 부원장 불승인 여파…신용정보원장 공백 장기화
쿠팡도 취업 제한…선임조사역까지 엄격한 잣대 적용
"사실상 갈 곳 없어"…예측 가능한 심사 기준 필요성 제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김 전 부원장의 한국신용정보원장 취업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최근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의 재취업 심사에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폭넓게 적용하면서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미영 전 금감원 부원장의 신용정보원장 취업이 불승인된 데 이어 쿠팡으로 이직하려던 선임조사역급 직원까지 취업 제한 결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고위직과 실무자에게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김 전 부원장의 한국신용정보원장 취업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같은 달 쿠팡으로 이직하려던 금감원 직원 3급과 4급 직원 2명에 대해서도 취업 제한 결정을 내렸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6년 4월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제1호·제8호·제9호의 취업 승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다.
쿠팡으로 이직을 추진한 직원 2명은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2항 제8호에 따른 업무 관련성이 인정돼 취업 제한 대상이 됐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쿠팡 사례다. 쿠팡은 금감원의 직접적인 피감기관이 아닌 데다, 취업 제한 대상 가운데 한 명은 금감원 4급 직원이었다.
금감원의 4급은 선임조사역으로 통상 입사 5년 안팎의 실무자를 의미한다.
금융위 4급이 서기관급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부터 취업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인사혁신처는 이들 사례가 단순히 기관 성격만으로 판단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전 부원장 사례와 관련해 "업무 내역이 확인됐고 양 기관의 특성상 향후에도 유사 업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고위직으로 퇴직했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있다고 위원회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쿠팡 사례에 대해서는 "재직 당시 소속 부서에서 담당한 업무와 향후 수행하게 될 업무의 성격, 공정한 직무 수행 저해 가능성,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취업 승인 요건으로 전문성뿐 아니라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취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영향력 행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성이 인정돼도 승인을 받기 어렵다.
김 전 부원장의 불승인은 실제 기관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신용정보원은 당시 원장추천위원회를 통해 김 전 부원장을 차기 원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취업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인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게 됐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원장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처음부터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후속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용정보원장 인선 공백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고위직과 실무자에게 사실상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부원장급 고위직에 대한 엄격한 심사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선임조사역급 직원까지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는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원장 사례는 그렇다 하더라도 선임급 직원까지 사실상 갈 곳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영향력 행사 가능성 판단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