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에도 속수무책…천장 뚫은 환율, 서민 가계 ‘빨간불’
입력 2026.06.08 15:26
수정 2026.06.08 15:28
환율 1650원대까지 치솟아…17년 만에 최고치
외환당국 ‘투기 단속’ 나선다지만, 체감 ‘미미’
민생 물가 자극 우려…환율 안정 대책 마련돼야
원·달러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한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은행 환전소 모니터에 달러 원화 구입가가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인 1500원 중반대까지 치솟자,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다.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투기 세력 엄단’이라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시장 불확실성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고환율·고물가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서민 가계를 위한 물가 안정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단 목소리가 커진다.
8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과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오전 11시 45분께 ‘외환당국 메시지’를 통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단순 수급 요인만 작용한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 요인 이외에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1원 오른 1555.2원에 출발했다.
앞서 5일 야간 거래에서는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이 서둘러 대응에 나선 셈이다.
시장에 대한 경고 메시지는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전날 긴급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신현송 한은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최근 원화 약세 흐름에 편승한 투기적 수요가 엿보인다며 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특히 환율 상승기에 수출입 기업들이 대금 지급 시점을 의도적으로 앞당기거나 미루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 위해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까지 가동한단 방침이다.
현재 고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폭등 등 거시적인 구조 변수가 크게 작용한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의 ‘투기 및 불법 거래’를 주된 요인으로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단 지적이다.
통상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1~2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스·전기요금 등 민생 물가에 반영된다.
시장에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강경 대응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서민 가계에 미치는 충격이 큰 만큼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재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고환율로 원가 부담이 커진 만큼 자금난에 허덕일 우려가 커졌다.
이는 결국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상승해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면 민생 물가까지 자극해 서민 가계 부담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원화 가치 급락은 결국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의미여서 실질적인 환율 안정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환율뿐만 아니라 고물가, 경기 침체 여파가 길어지는 만큼 시장 안정 및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