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보다 기본자본…보험사 자본관리 전략 바뀐다
입력 2026.06.05 08:07
수정 2026.06.05 08:09
자본성증권 발행 88% '뚝'…차환보다 상환 선택
기본자본 50% 규제 예고, 후순위채 활용 한계
신종자본증권 문턱 높아…자본관리 격차 우려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전략이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방어'에서 '기본자본 확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규제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 중심의 건전성 관리에서 벗어나 기본자본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규모는 5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조7250억원과 비교하면 88.5% 감소한 수준이다.
자본성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보험사들이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2023년 IFRS17과 킥스 제도 도입 이후 건전성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발행 규모도 급증했다.
실제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2023년 3조1540억원에서 2024년 8조6650억원으로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8조9000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당시에는 5년 콜옵션이 도래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신규 발행으로 차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자본성증권이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킥스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DB손해보험이 지난 2월 442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흥국화재가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을 제외하면 신규 발행 사례를 찾기 어렵다.
반면 현대해상은 올해 35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현금 상환했고 KB손해보험도 379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상환했다.
보험사들이 차환 대신 상환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확대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순위채는 킥스 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손실흡수력 측면에서는 기본자본보다 낮은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보완자본 의존도를 낮추고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건전성 감독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특히 후순위채 발행은 킥스 비율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본자본 비율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자본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제도 시행이 예정되면서 과거처럼 후순위채 발행만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문제는 후순위채를 대체할 기본자본 확충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발행 문턱이 높다.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이자를 지급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시 발행사가 이자 지급을 취소할 수 있는 구조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확대되면서 실제 배당이나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에 활용할 수 있는 배당가능이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면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점도 자본성증권 발행 감소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금융당국 권고치에 맞춰 킥스 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이 사실상 필수적인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상당수 보험사가 권고치(130%)를 웃도는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금융당국 권고치인 킥스 비율 130%를 밑도는 보험사는 한 곳도 없었다.
여기에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자본성증권 조달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보험사들의 발행 유인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후순위채 발행만으로도 킥스 비율 관리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기본자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자본 규제가 본격화되면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전략도 이익잉여금 확대와 자산·부채관리(ALM)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