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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 의사도 수도권행…‘의료 블랙홀’ 심화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6.04 07:00
수정 2026.06.04 07:00

서울 의사 밀도 4.67명…비수도권 2.5명 미만

지방 병원 인력난·환자 유출 악순환 반복

ⓒ국회입법조사처

환자와 의사가 동시에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역 의료체계의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방 병원의 인력 부족이 환자의 수도권 이동으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 의료 역량 약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에는 왜 의사가 없을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3.8명에 못 미쳤다.


지역 간 격차도 뚜렷했다. 서울의 인구 1000명당 의사 밀도는 4.67명인 반면 비수도권은 2.5명 미만으로 집계됐다. 응급, 분만, 소아진료 분야 공백이 농어촌과 중소도시에서 상시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대형 수련병원에 전공의와 전문의가 집중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방에서는 필수과 전담 전문의가 부족하고 일부 고령 개원의가 넓은 권역의 진료를 담당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 병원의 열악한 근무 여건도 인력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높은 당직 부담과 업무 강도, 부족한 장비와 인력, 재정 여건 등이 지방 근무 기피 현상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수련, 승진, 학회 활동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수도권 이동 역시 지역 의료 약화를 가속하고 있다. 중증질환 치료와 분만, 소아진료 등을 위해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늘면서 지방 병원의 진료량과 수입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의사 채용난과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현상은 의료 수요와 공급이 엇갈리는 ‘이중의 불균형’으로 요약된다.


해외 주요국들은 지역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규제와 지원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독일은 과잉 지역 개원을 제한하고 있으며 일본은 의사편재지수(PUD)를 도입해 전공의 정원 상한과 지역별 배정 제한을 운영 중이다.


미국과 호주는 취약지역 근무에 대한 수가 가산과 장학금 지원을 시행하고 있으며 대만은 통합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산간·도서지역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군·구 단위의 ‘한국형 의사편재지수(K-PUD·가칭)’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의사 부족 지역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전공의 정원 배분과 의료취약지 지원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전공의 정원 상한과 지역 캡 도입,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쏠림 억제, 부족 지역 의무 파견, 지방 근무 경력 인센티브 확대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공중보건의사 등 임시 인력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 강화를 포함한 장기적 인력 배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담겼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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