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 없다"…치킨업계, 원가상승·소비침체 '겹악재'
입력 2026.06.04 07:47
수정 2026.06.04 07:47
업계, 고물가·AI·원가상승 '전전긍긍'
"홍보 자체가 비용" 수익성 방어 급급
가격 못올리고 중량 낮춘 고육지책
육계값 상승률 지속 증가…업계 '긴장'
지난 2018년 7월 18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8 대구 치맥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시원한 맥주와 다양한 치킨을 맛보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목인 '2026 월드컵'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시즌엔 이전과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조별리그(A조)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로 꾸려진데다, 지난 동절기 육계 농가를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원가부담이 크게 상승한 탓이다. 여기에 고물가 기조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까지 겹쳤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직전 월드컵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열린 11월 치킨 전문점 매출액은 전월보다 6.3% 증가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 대부분이 밤 10시에서 자정께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해당 시즌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인 BBQ와 교촌치킨, BHC 등의 매출은 각각 1.7배, 1.4배, 2배 가량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한국 대표팀 월드컵 경기가 ▲체코 11시(12일) ▲멕시코 10시(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10시(25일) 등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로 확정되면서 업계의 기대감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은 이전과 달리 대목이라 하기 어렵다"며 "경기 시간대도 난감하고, 동절기 AI 사태로 대폭 증가한 계육 원가 부담에 정부 물가안정 기조까지 겹치면서 마케팅에 나서는 자체가 '비용'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목도가 낮은 이벤트에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며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본사는 가맹점주가 겪는 원가상승 부담을 함께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방어가 급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월드컵 특수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치킨업계의 수익성 방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계육 가격 상승과 각종 비용 증가에도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만큼, 일부 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제품의 핵심 원재료인 계육 가격상승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메뉴 가격은 그대로 갖되, 중량을 낮추는 특단의 결단을 내리고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슈링크플레이션'(제품 판매가를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것)에 대한 비판을 감내하고서라도 원가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조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굽네치킨을 운영하는 지앤푸드는 지난 1일 닭다리살 순살과 윙봉, 통다리 메뉴의 운영 기준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닭다리살 순살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은 기존 800g에서 700g으로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다.
교촌치킨도 지난해 일부 순살 메뉴의 중량을 줄이고 원육 구성을 변경했다. 간장순살 등 3종은 700g에서 500g으로, 반반순살(레드+허니)은 600g에서 500g으로 줄이면서도 가격은 유지했다. 다만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교촌치킨은 메뉴 운영방침을 원상 복구했다.
마트에 진열된 닭고기. ⓒ뉴시스
이같은 슈링크플레이션의 배경에는 치킨 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계육 수급난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닭고기 소비자물가지수는 139.37로, 전년 동기(131.77) 대비 6.3% 상승했다. 지난해 동절기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육용종계(병아리를 낳는 닭) 3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된 이후 공급이 대폭 감소한 탓이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산 육계 1㎏당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6657원까지 상승했다. 전년 동일 대비 약 17% 오른 금액이다. 육계 가격은 올해 2월 중순 6000원을 넘었고, 4월 중순 6772원을 기록한 이후 6500원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이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겪고 있는 원가 부담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배경이다.
국내 닭고기 가격 상승 시 대체재 역할을 해 오던 수입육도 운임 상승 등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 주요 축산물 수급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683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상승했다. 이에 따라 닭고기 수입단가는 지난 4월 2.31달러(1kg당)로, 전년 대비 15.8% 상승했고, 브라질산은 2.40달러로 20.9% 올랐다.
이처럼 원가 상승 시기에 업체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원료(국내산 or 수입산)를 바꾸거나 ▲제품 중량을 줄여야 한다.
다만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 기조 가운데, 제품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국내산 계육을 수입산으로 대체할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가격 상승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고려해 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도 국내산 계육을 유지하는 한편, 중량을 일부 줄일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