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군체' 속 권세정, 인간의 본질 보여주고 싶었다" [D:인터뷰]
입력 2026.05.31 13:51
수정 2026.05.31 13:51
21일 개봉
배우 전지현이 영화 '암살'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전지현의 복귀작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기록, 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10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그의 복귀는 매끄러운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지현은 극 중 생명공학 교수 권세정 역을 맡아 이 혼란스러운 재난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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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기한 권세정은 위기 상황에서 탈출을 진두지휘하는 생존자들의 리더다. 전지현은 특유의 흡인력 있는 연기로 감염자들의 진화에 맞서며 극의 긴장감을 주도한다.
오랜만의 컴백작으로 관객들과 성공적으로 만난 전지현은 이번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장르의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아내 준 관객들에게 보내는 감사이기도 하다.
"'군체'는 기존의 장르물이긴 하지만 새로운 이야길 한다는 것에서 좋아해주고 있어 뿌듯해요."
배우로서의 고민은 극장을 찾을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기도 했다. 인물의 감정선을 스크린 너머로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그가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명확했다.
"권세정의 선택이 관객들의 선택이다보니 관객들도 고민하고 이해가 충분히 됐으면 한다는 식의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권세정이 어떻게 보여지는건 바라지 않았어요.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드러낸다고 생각해 중심 잃지 않고 생각한 걸 밀어부치려 했죠. 그 부분에 메시지가 담겨있는 거고요. 관객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이번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지창욱과의 호흡이다. 두 사람은 '군체' 촬영이 끝나자마자 JTBC 드라마 '인간X구미호'의 주연으로 또 한 번 재회하는 독특한 인연을 맺었다.
"현장에선 당시 바쁘기도 했고 이야기 할 기회도 많지 않았어요. '군체' 찍을 땐 안 친했는데 지금은 엄청 친하죠.(웃음) 창욱이와 친해지고 칸에서 영화를 보는 다른 사람과 연기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만약 지금 창욱이와 '군체' 연기를 했으면 또 다르겠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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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반부, 봉쇄된 건물을 뚫고 나오는 탈출 시퀀스는 관객들에게 압도적인 해방감을 선사하는 백미로 꼽힌다.
"빌딩에서 나올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장면 이후로 빠르게 마무리까지 이어지는데 떡밥회수가 되면서 통쾌한 지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촬영할 때 쾌감을 느꼈어요. 옆에 실제로 운전해 주는 스턴트 분이 계셨고 전 옆에서 하는 척만 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범퍼카 수준의 운전만 해보다가 실제 자동차에 타서 스릴까지 느끼며 촬영하니 스트레스 해소가 됐어요."
피로 덮힌 레인코트를 뒤집어써도 미모는 가려지지 않는 모양새다. 재난 상황치고는 전지현의 미모가 돋보이는 화보처럼 비쳐 극의 텐션을 떨어뜨린다는 일부 관객들의 반응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의도치 않은 논란이 그저 신기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상황에 충실했고,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걸 과하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청바지에 흰티를 입었는데 그럴 수 있냐고요. 그런데 진짜 청바지에 흰티만 입은 것 뿐인데요.(웃음) 아무것도 한게 없어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신거니 감사해요. 사실 저는 '북극성' 때도 좋았는데 '군체'에서 유난히 예쁘다고 해주시는게 신기해요. 그래도 의도한 건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스크린과 OTT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결과물을 내놓는 연상호 감독의 창작열은 동료 영화인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전지현 역시 지치지 않는 연출자의 발걸음이 가진 가치에 주목했다.
"소재가 많은 감독님이시더라고요. 배우와 영화 산업에서 꼭 필요한 감독님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장르, 포맷에서 작품을 하잖아요. 그러면 배우들은 기회가 많아지니 좋죠. 본인의 색깔도 확고하시고요."
올해로 데뷔 29주년. 강산이 세 번 가까이 바뀔 동안 늘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었던 만큼, 나이가 들고 역할이 바뀌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터. 하지만 29년 차 배우 전지현은 강박 대신, 지금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었다.
"예전만큼은 할 수 없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게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할 수 있는 걸 잘 표현하는 것도 제게 중요해요. 과거에 얽매이거나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거죠."
장르를 불문하고 거대 규모의 작품을 책임질 수 있는 여배우의 존재는 현 영화 시장에서 매우 귀하다. 대중이 부여한 '대체 불가한 배우'라는 타이틀 앞에, 그는 겸손해하기보다 자신이 묵묵히 쌓아온 커리어의 궤적을 짚으며 단단한 확신을 내비쳤다.
"어렸을 때부터 활동하면서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뭘 해야 할까 고민했을 때 배우로서의 마켓이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나만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해외에서 러브콜이나 기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선택했죠. 그러다 보니 액션 영화라든지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것들을 소화해야 했던 경험이 쌓여 저만의 스펙트럼이 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