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서 러군 50만명 사망…"사망자, 부상자의 두배"
입력 2026.05.30 09:40
수정 2026.05.30 12:29
英 추산, 美·獨과 큰 차이…“2차 세계 대전 후 최고”
“‘러군 50만명 사망’ 신빙성 있어…보고서·신설 묘지 등 추적”
최근 사상자 대비 사망률 급격히 증가…이유는?
부상자 후송을 막는 FPV 드론
2022년 5월 1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군들의 시신이 바닥에 놓여 있다. ⓒAP통신 홈페이지 캡처
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인 약 50만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최근 운용하고 있는 군용 드론이 사상자 대비 사망률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의 새로운 수장 앤 키스트-버틀러는 지난 27일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50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다”며 “최근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장에서 상당히 후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GCHQ는 암호해독과 감청, 사이버보안 등을 담당하는 영국의 3대 정보기관 중 하나다.
美·獨 추산과 큰 차이...“2차 세계 대전 후 최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사상자 규모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탓에 해외 언론과 정보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영국은 이를 파악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 중 하나다.
다만 50만 명은 주요국 정보기관이 발표한 러시아군 사망자 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미 국방부는 올해 초 러시아군 사망자를 30만~35만 명이라고 추산했고 독일 정부도 32만 명일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는 “주요 강대국에서 50만 명이 사망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러군 50만명 사망, 신빙성 있어...보고서·신설 묘지 등 추적”
영국 군사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마이클 클라크 전 소장은 “GCHQ가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이 추산치는 그동안 여러 정보기관이 발표한 수치를 크게 웃돈다”며 “GCHQ가 밝힌 출처를 고려하면 이를 공식적인 숫자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러시아가 최근 큰 타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클라크 전 소장이 언급한 GCHQ의 출처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영국 BBC 방송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4주년을 맞아 집계한 통계에서 러시아군 사망자 규모가 22만 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BBC는 당시 “공식 보고서, 소셜미디어(SNS), 신설 묘지 등을 추적해 추산했다”며 “다만 군사 전문가들은 22만 명이 전체 사망자의 45%~60% 수준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GCHQ가 밝힌 50만 명 규모는 군사 전문가들의 당시 추정치와 부합하는 규모다.
최근 사상자 대비 사망률 급격히 증가...이유는?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스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군의 사망자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사상자 대비 사망률이 높게 집계된다. 이 매체는 “러시아군 사상자 중 65%가 사망하고 35%가 부상당했다”며 “사망자와 부상자 비율이 대략 2:1인 셈이다. 2025년까지 이 비율은 1:2였다”고 강조했다. 전장 의학과 부상자 후송 시스템이 발전한 현대 전쟁에서 이는 처음 집계된 수치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필립스 오브라이언 전략학 교수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의 상황이 현대 전쟁의 역사적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며 “20세기 후 발발한 전쟁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비율은 평균 1:3이었다. 이것이 뒤집힌 것은 1인칭 시점(FPV) 군용 드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상자 후송을 막는 FPV 드론
지난 19일 레바논에서 1인칭 시점(FPV) 드론이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는 격전지에 FPV 드론 배치를 대폭 확대했다. 이 드론은 보병, 차량, 심지어 의료팀까지 공격하는 무인기다. 이로인해 전장에서 부상자를 이송하는 작업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군사 싱크탱크 라줌코프의 올렉시 멜니크 소장은 러시아군 사상자의 70~80%가 드론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2025년 12월부터 2026년 4월까지 드론 공격으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러시아군은 대략 15만명”이라며 “영토 확장에 적극적인 러시아군은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드론, 포병, 지뢰 사정권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인해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15만명 중 10만명은 사망자일 것이다. 부상자 중 상당수는 병원으로 후송되지 못한 채 전장에서 고립돼 죽었다”며 “드론의 감시 속에서 부상 당한 병사에게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때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