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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살짝 벗어난 지점서 사고…헌재 "차량 정지 의무"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5.26 14:28
수정 2026.05.26 14:29

우회전하면서 보행자 친 운전자…헌재, 검찰 불기소 처분 취소

"전체적으로 횡단보도 통행 과정이라면 '횡단보도 보행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데일리안DB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잠시 벗어난 보행자를 쳤다는 이유로 '보행자가 아니다'고 판단해 운전자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횡단보도 통행 과정이라면 보행자로 간주하고, 이때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서울중앙지검의 가해 운전자 B에 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전원일치로 인용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B씨는 2024년 1월 서울 서초구 한 도로를 우회전하면서 일시 정지하지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A씨를 치었다. A씨는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B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A씨가 횡단보도를 다소 벗어난 지점에서 길을 건너다 B씨 차량에 충격 당했단 이유에서다.


도로교통법 27조 1항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씨는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설령 사고 시점에 횡단보도 안이 아니었다고 해도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그 앞에 서 있었던 만큼 검찰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가 일시 정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22년 보행자 보호 강화를 위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뿐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운전자의 일시 정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로 통행하던 중 외부 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 우연한 사정 등으로 인해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전체적으로 횡단보도 통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A씨의 경우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설치된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 사이에 서 있었고, 차량 통행 여부를 확인하고 횡단보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으므로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횡단보도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전체적으로 봐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운전자의) 일시 정지 의무 발생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에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청구인(A씨)의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처분을 취소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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