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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년] '지필공' 내세운 의료개혁…현장 체감은 '아직'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27 06:00
수정 2026.05.27 06:00

새 정부 의료개혁 1년…제도 개편 본격 시동

응급실 뺑뺑이·고위험 산모 이송 등 현장 과제 지속

의료개혁 성패, 결국 ‘현장’에서 판가름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열린 희귀질환 환우·가족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의료개혁은 가장 강도 높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됐다. 의사인력 확충과 지역 필수의료 회복 등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강화는 정부가 내세운 핵심 의료정책 과제로 꼽혔고, 이를 중심으로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이 본격화됐다.


전 정부에서 불거진 의정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정부는 의료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국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한편,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의 대화 채널 복원에도 힘을 쏟았다. 단순한 의사인력 확대를 넘어 의료체계 전반을 손보고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새 정부 출범 1년을 맞은 현재,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료개혁의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정부가 중점 과제로 내세운 필수의료 분야에서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응급의료 현장이다. 정부는 응급실 환자 미수용 문제 해소를 위해 지난 3월부터 호남권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환자 이송 체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전문인력 부족과 특정 진료과 인력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정책브리프에 따르면 해당 응급의료기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1%가 10점 만점 기준 3점 이하를 부여했다. 사실상 ‘낙제점’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내과계 전공의는 “중환자실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환자를 보내거나 심폐소생술(CPR) 환자가 연달아 이송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전공의는 “실제상황 반영이 안 된다. 의료 환경 반영을 고려하지 않은채로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토로했다.


응급실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산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인력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지역의료 회복을 위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했지만, 현장에서는 지역 정착 유인과 의료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지역 필수의료 분야는 장기간 누적된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높은 의료사고 부담, 낮은 보상체계로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고위험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 의료는 전국적으로 심각한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역 필수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고위험 분만·응급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의료진 보호 제도 개선, 안정적인 수련 및 인력 확보 대책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약품과 의료용 소모품 수급 통제 능력도 지난 1년간 드러난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지난 4월 중동 지역 전쟁 여파로 주사기와 수액세트 등 의료용 소모품 공급 차질이 발생했고, 국가필수의약품인 ‘아티반’ 주사제 공급 불안 문제도 불거졌다.


정부는 매점매석 단속과 생산처 변경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단기 대응을 넘어 공급망 전반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는 단기간에 결과를 만들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응급실과 산과, 소아 등 필수의료 현장에서 변화가 나타나야 의료개혁도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지난 1년은 의료개혁의 방향을 설정하고 논의를 본격화하는 데 의미를 둔 시기로 평가된다. 다만 앞으로의 과제는 새로운 정책을 얼마나 더 내놓을지보다 응급의료 공백과 필수의료 인력난, 반복되는 공급 불안 등 현장의 문제를 실제로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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