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다 빠져나갈라"…눈치보던 은행권, 예금금리 다시 올린다
입력 2026.05.26 07:04
수정 2026.05.26 07:04
'코스피 랠리'에 수신 이탈 비상
역대 최대 예대금리차 부담도 작용
방어선 구축 나선 국내 은행들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정기예금 등 주요 수신 상품의 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은행권이 한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예금금리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증시 강세 여파로 시중 자금이 은행을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하자, 급격한 수신 이탈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정기예금 등 주요 수신 상품의 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대표 수신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의 금리를 기간별로 최대 0.1%포인트(p) 인상했다.
3개월 이상~6개월 미만 단기 상품 금리는 연 2.65%에서 2.75%로 올라섰고, 6개월 이상~9개월 미만 및 9개월 이상~12개월 미만 구간의 금리 역시 각각 0.05%p씩 상향 조정됐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 들어 수신금리 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3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2.65%에서 2.75%로 0.1%p 올렸으며, 6개월 만기 금리도 연 2.80%에서 2.85%로 0.05%p 인상했다.
은행권이 수신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든 이유는 최근 코스피를 중심으로 한 증시 상승세가 꼽힌다.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자 은행 예·적금에 묶여 있던 안전자산과 투자 대기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의 근간인 수신 잔액이 급격히 감소할 경우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은행권이 직접 금리 매력도를 높여 방어선 구축에 나선 모양새다.
당초 은행권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수신 경쟁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 기조에 따라 자금을 공격적으로 조달할 필요성이 낮았다.
실제로 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1.5% 수준으로 억제하고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관리 목표를 촘촘히 설정한 바 있다.
은행들은 대출 공급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높은 이자를 주며 예금을 유치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금 이탈 압박이 커지자 은행권의 기류가 급변하는 모양새다.
이번 예금금리 인상 기조에는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금융소비자들의 불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은행권은 대출 공급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산금리를 꾸준히 인상해 왔다.
여기에 더해 미국 국채금리도 오르면서 시장금리를 끌어올렸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자 한은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연 7% 선을 돌파한 상태다.
5대 은행의 이날 기준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43~7.03%로 집계됐고, 변동형 금리도 상단이 6%를 넘어섰다.
반면 예금금리는 동결하거나 낮게 유지하면서 은행들의 마진은 커졌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3월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은 1.51%p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0.71%p)과 비교해 2배 이상 벌어진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증시 리스크로 수신까지 빠져나가자 은행들이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당분간 은행권의 수신금리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