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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마케팅’ 덫에 걸린 스타벅스…‘정부 표적 불매’ 과잉대응 논란[세종 백브리프]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5.26 11:26
수정 2026.05.26 11:34

대표 해임과 수사 속 정부의 공개 배제 여론 몰이

소비자들 “불편하다”…유니클로 꺾었던 ‘노재팬’과 다른 양상

모호한 공권력의 경계…”소비자 주권과 행정권 압박 구분해야”

스타벅스 5·18 마케팅 논란이 기업 책임을 넘어 정부의 특정 브랜드 배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의 공개적 불매 신호가 소비자 주권과 행정권 압박의 경계를 흐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마케팅 논란은 기업의 역사 감수성 부재가 불러온 책임 사안이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쓰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까지 홍보물에 담은 것은 단순한 문안 실수로 넘기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상처를 상업적 이벤트 문법으로 소비했다는 비판이 커진 이유다.


급기야 스타벅스코리아와 신세계그룹은 사과와 인사 조치에 나섰고, 시민단체 고발과 경찰 수사도 이어졌다. 온라인에서는 불매 움직임이 확산됐다. 기업 내부의 문책, 소비자의 선택, 사법 절차가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공개 사과문에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역사적 아픔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구조와 마케팅 검수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불매의 기류는 모호해졌다. 스타벅스의 역사 감수성 논란은 기업 책임을 묻는 범위에서 공공부문이 특정 브랜드를 어디까지 배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번졌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와 사회적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이 발언을 신호탄으로 정부가 기업의 잘못을 묻는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석할 수 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지난 2019년 일본과 외교적 문제로 불거졌던 ‘노재팬’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한 행정법 전문가는 “장관의 공개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만 작동하지 않고 산하기관과 지자체에 행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특정 기업 상품 배제는 기준과 절차가 없으면 행정권의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마케팅 논란은 대형 브랜드의 홍보 문구가 역사적 기억과 충돌할 때 어떤 파장을 낳는지 보여준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탱크데이’와 ‘책상이 탁’…상업주의가 건드린 역사적 비극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기업이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상업적 프로모션의 소재처럼 다뤘다는 데 있다. ‘탱크데이’라는 표현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민을 향했던 군의 폭력성을 연상시켰다. 또 ‘책상이 탁’이라는 문구는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공안당국의 거짓 해명을 떠올리게 했다.


하나만으로도 부적절한 표현인데 두 문구가 함께 노출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5·18과 6월 항쟁은 특정 지역이나 세대만의 기억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과 연결된 역사다. 이를 소비자 이벤트의 언어로 가볍게 다룬 순간, 기업의 브랜드 리스크는 단순 평판 훼손을 넘어 사회적 책임 문제로 확장됐다.


기업 마케팅은 시대 감각을 반영해야 한다. 특히 국가폭력, 민주화운동, 참사, 재난처럼 사회적 상처가 큰 사안을 다룰 때는 더 높은 수준의 검수와 감수성이 필요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면 그 책임은 더 무겁다. 전국 매장과 모바일 앱, 멤버십 채널을 통해 대중과 직접 만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사태를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역사 왜곡이나 희화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을 대형 기업이 공식 프로모션에 사용했다는 사실은 내부 검수 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보여준다. 재발 방지와 진상 설명, 관련 책임자 문책, 역사 인식 교육과 검수 시스템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렇다고 정부가 특정 브랜드를 공개적으로 찍어 공공부문 사용 중단을 사실상 유도하는 방식까지 곧바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책임과 정부 권한의 한계는 동시에 따져야 한다. 기업이 잘못했다는 사실이 정부 대응의 적정성까지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과 정부의 배제는 무게가 다르다. 정부 발언이 공공부문 지침처럼 작동할 경우 시장 중립성과 행정권 남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정부도 불매할 수 있다?”…소비자 주권과 행정권의 위험한 혼동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과거 ‘노재팬’ 운동은 중요한 비교점이 된다. 두 사건 모두 역사적 기억과 국민 정서가 소비 행동으로 분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재팬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 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으로 확산됐다. 유니클로, 일본 맥주,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8년 7830만 달러에서 2019년 3975만6000달러, 2020년 566만8000달러까지 줄었다. 유니클로 국내 사업도 매출 급감과 점포 축소 압박을 겪었다.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의 2019 회계연도 매출은 6298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 1조3781억원보다 54.3% 감소했다.


이 사례는 소비자가 역사와 정서를 기준으로 기업과 국가 이미지를 평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 시장에서 소비는 단순 가격 비교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가 간 갈등, 인권, 환경, 노동 이슈까지 소비 선택에 영향을 준다. 불매는 때로 정치적 의사 표현이자 사회적 제재 수단이 된다.


주목할 부분은 정부 역할이다. 노재팬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라는 정부 간 외교·통상 갈등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국 정부의 공식 대응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출관리제도 문제 제기,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등 산업정책과 통상 대응에 집중됐다.


정부가 정책적 대응을 하는 사이, 시민들은 소비를 통해 의사를 표시했다. 정부가 특정 일본 브랜드를 하나씩 거론하며 공공부문 구매 배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스타벅스 사태는 결이 다르다. 국내 민간기업의 마케팅 실패에서 출발했고, 정부 부처 수장이 특정 기업의 상품 제공 중단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공공부문 배제 논란이 전면화됐다.


노재팬이 국가 간 갈등을 배경으로 한 시민 소비운동이었다면, 스타벅스 사태는 기업의 역사 감수성 논란에 정부가 소비 배제의 신호를 직접 보낸 것이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역사적 정서를 이유로 불매를 선택하는 것은 시장 안에서 가능한 행동”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부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경우 예산 집행과 공공기관 운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개 발언은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사용 자제 신호로 번질 수 있다. 특정 브랜드 배제에는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5·18 정신이 무색해진 선 넘은 ‘정부 표적 불매’


스타벅스 마케팅이 논란이 되자 일부 정부부처에서 일제히 ‘불매’를 공식화 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행정안전부다. 윤호중 장관이 직접 ‘상품 제공 중단’ 방침을 정했다.


이후 국가보훈부는 자체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활용 사례를 점검하고 당분간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스타벅스코리아와 추진하던 장병 복지 증진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또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스타벅스 상품 활용 현황 점검을 지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타벅스의 국무총리 표창 취소 여부를 내부 검토했지만 상훈법상 취소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가 특정 기업 상품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때 그 효과는 단순 구매 중단에 머물지 않는다. 중앙부처의 메시지는 산하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의 판단 기준으로 번질 수 있다.


공식 지시가 내려오지 않더라도 실무 현장에서는 논란이 된 상품을 경품이나 행사 물품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선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행정조직은 상급기관의 발언을 정책 방향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불매는 시민 불매와 다르다. 시민의 불매는 개별 소비자의 판단이 모여 시장 압력으로 작동한다. 정부의 불매는 공적 권한과 예산 집행 구조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정부가 역사적 가치 훼손에 침묵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5·18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의 희생을 상업적으로 희화화하는 행위에 대해 정부가 유감을 표하고, 기업에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것은 공적 역할에 부합한다.


쟁점은 정부가 어디까지 나설 수 있느냐다. 기업에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공적 역할에 가깝지만, 특정 기업 상품을 공공부문에서 배제하겠다는 메시지는 시장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특정 기업의 부적절한 행위를 이유로 구매 배제를 추진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어떤 행위가 배제 대상인지, 절차는 무엇인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기업이 재발 방지책을 내놓은 뒤에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정해져야 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중앙부처에서 특정 기업 상품을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나오면 현장에서는 명시적 지시가 없어도 사용을 꺼리게 된다”며 “공공부문에서는 (정부의) 이런 신호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처럼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특정 브랜드 배제보다 재발 방지 기준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책임을 묻되, 정부 대응은 공정성·투명성·비례성을 갖춘 제도적 기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특정 브랜드 배제보다 재발 방지 기준이 먼저


이번 사태에서 기업이 져야 할 책임은 가볍지 않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문제가 된 문구가 어떤 검수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해야 한다. 역사적·사회적 민감 사안에 대한 내부 검토 절차가 있었는지, 최종 승인 책임은 어디에 있었는지,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장치를 만들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단순 사과와 임원 교체만으로 논란이 끝나기는 어렵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접점이 곧 사업의 핵심 자산이다. 역사적 상처를 건드린 마케팅은 기업 내부의 위험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신호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사과문보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이 먼저 보여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해야 한다. 역사적 비극이 상업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기업과 공공기관에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 국가폭력 피해, 참사와 재난 등 사회적 상처가 큰 사안을 마케팅 소재로 사용할 때 어떤 검수 절차가 필요한지 공공 캠페인이나 권고안 형태로 정리할 수 있다.


공공부문 행사와 국민참여 이벤트에서 사용할 경품·상품권 기준도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정 기업을 사안별로 지목하는 방식보다는 역사 왜곡이나 혐오 표현, 중대한 사회적 물의와 관련한 공공기관 협력 기준을 일반 규칙으로 만드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행정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정부 대응의 핵심은 권한의 절제다. 정부가 불매의 전면에 서는 순간, 시민의 자발적 운동은 행정권의 압박과 뒤섞인다. 그 경계가 흐려지면 시장 중립성과 행정의 비례성은 약해진다.


한 행정법 전문가는 “정부가 역사적 가치 훼손에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정 기업을 사실상 공공부문에서 배제하는 효과를 낳는 조치는 기준과 절차, 비례성 검토가 함께 따라야 한다”며 “시민의 불매와 행정기관의 구매 배제는 법적·사회적 무게가 다르다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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