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제철 美 8조 제철소, 착공 앞두고 법원 판결·허가 논란 부상
입력 2026.05.26 11:11
수정 2026.05.26 11:17
이탈리아·독일 기업과 핵심 설비 계약 마치고 착공 준비 속도
법원, 투자 관련 비공개 협약 공개 명령…패리시 정부 항소
전미철강노조·시에라클럽, 대기허가 절차에 잇따라 이의 제기
현대제철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모형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에 추진 중인 58억 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 합작 제철소 사업이 현지 법원의 투자 관련 비공개 협약(NDA) 공개 판결과 노조·환경단체의 허가 절차 문제 제기에 직면했다. 합작법인이 최근 핵심 설비 계약을 마치고 착공 준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사업 추진 과정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합작법인 'HYUNDAI-POSCO Louisiana Steel LLC(HPLS)'는 현대제철(50%)·포스코(20%)·현대차(15%)·기아(15%)가 출자한 법인이다.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루이지애나주 도날드슨빌에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짓고 있다.
설비 발주 마쳤지만…같은 주 법원 판결·환경단체 문제 제기
HPLS는 이달 초 대규모 설비 발주를 마무리했다. 지난 4일 이탈리아의 제철 엔지니어링 기업 다니엘리는 HPLS로부터 전기로(EAF) 2기, 슬래브 연속주조기 2기, 재가열로 2기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직접환원철(DRI) 플랜트는 다니엘리와 테노바의 컨소시엄 ENERGIRON이 맡으며 연간 250만톤 규모로 탄소 포집 기능과 수소 전환 대응 설계를 갖춘다.
이어 11일에는 독일 SMS 그룹이 자동차용 고급 강판 생산을 위한 열간 압연 설비(HSM)와 냉간 압연 설비(PL/TCM)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루이지애나 제철소에서 생산될 연간 270만톤의 강판은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조지아 기아 공장 등 현대차그룹 북미 완성차 생산 라인에 우선 공급된다.
다만 계약 체결과 같은 주, 현지에서 법원 판결과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法 "비밀유지협약 5일 내 공개하라"...패리시 정부 항소
루이지애나주 제23사법지구법원의 코디 마틴 판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지역 환경단체 '루랄 루츠 루이지애나'와 '루이지애나 버킷 브리게이드'가 애센션 패리시 정부를 상대로 낸 공공기록 공개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마틴 판사는 패리시 정부가 주 정부 공무원 및 현대차 등 사업자들과 체결한 비밀유지협약(NDA) 문서를 공공기록법에 따라 5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강제 명령(Writ of Mandamus)을 내렸다.
패리시 측은 지난해 9월 주민단체의 공개 요청을 '영업 비밀'·'경제개발 협상 보호' 등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9개월간 거부해왔다. 하지만 판사는 "문서 공개를 막으려는 입증 책임은 공개 의무자에게 있으며, 애센션 패리시는 그 책임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소송의 직접 피고는 패리시 정부로, 현대차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대차 측은 "자사가 당사자가 아닌 소송"이라며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공개 명령 대상에는 현대차를 포함한 사업자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체결된 NDA가 포함돼 있어, 향후 항소심 결과에 따라 루이지애나 주 정부와 합작법인 간 투자 협약의 세부 조건이 드러날 수 있다.
패리시 정부는 판결 직후 항소를 제기하고 공개 집행 정지를 신청한 상태여서 문서가 즉시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 단체 대표 애슐리 게냐르는 "이 프로젝트들이 진정으로 주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왜 이렇게 많은 문서가 비밀 뒤에 숨겨져 있는가"라며 "수십 년을 좌우할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주민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현대제철
노조·시에라클럽, 판결 이틀 뒤 사무소 찾아가 요구서 전달
판결 이틀 뒤인 22일(현지시간), 전미철강노조(USW)와 시에라클럽 루이지애나 지부, 도날드슨빌 선라이즈 커뮤니티 그룹 등으로 구성된 '좋은 이웃 루이지애나' 연합 대표단이 루이지애나주 곤잘레스의 현대차 현지 사무소를 방문해 공식 요구서를 전달했다.
요구서의 핵심은 지역민 채용 우선권·안전 규정 준수·환경 오염 저감 조치를 법적 구속력 있는 '지역사회 혜택 협정(Community Benefits Agreement·CBA)' 형태로 명문화하라는 것이다.
시에라클럽은 같은 날 루이지애나 주 환경품질부(LDEQ)에 루이지애나 제철소 대기오염 허가(Air Permit)에 대한 네 번째 공식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핵심 지적은 허가 신청서에 철강 슬래그 및 시멘트 분진 등 독성 물질을 운반하는 트럭에서 발생하는 분진 통제 대책이 누락됐다는 것이다. 제철소가 들어설 애센션 패리시는 미국 전체 지역 중 독성 오염도 상위 4%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앞서 시에라클럽은 지난 4일에도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대기허가 신청에서 전기화 대안 기술을 전혀 검토하지 않아 연방 청정대기법(Clean Air Act)과 루이지애나 공공신탁원칙을 위반했다는 전문가 분석서를 LDEQ에 제출했다. 분석에 따르면 제철 공정 일부를 전기화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39.5%, 질소산화물(NOx)을 33.38% 줄이면서도 월 270만 달러(약 37억원)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시에라클럽 측 주장이다.
미시시피강 서안 도날드슨빌 일대에서는 부지 사전 공사가 진행 중이고 현재까지 허가 반려나 공사 중단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향후 허가 심사 과정에서 이의 제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사업 일정이) 지연되거나 변화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