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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주인이 누구냐"…성과급이 던진 영업익 배분 논쟁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23 06:00
수정 2026.05.23 06:00

DS·DX 내홍 이어 외부선 "영업익 배분 권한 누구에게" 논란

주주단체 "회사 성과는 노사합의 아닌 주총 의결 사안" 주장

영업익 연동 보상 두고 임직원·주주·투자 재원 간 우선순위 충돌

ⓒ데일리안 AI 이미지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성과급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후폭풍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모바일·가전 중심의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보상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부에서는 "회사 이익을 누가 결정하고 배분할 권한을 갖느냐"는 주주권 논쟁까지 불거진다. 영업이익 등 회사 성과의 일정 비율을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삼는 구조가 알려지면서 삼성 성과급 논란은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서 "회사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총파업은 피했지만…성과급 논쟁, 주주권 문제로 확산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지난 22일 대법원 앞에서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노사합의에 담긴 성과보상 재원 규정은 상법상 주주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회사의 성과, 즉 영업이익을 비롯한 회사의 손익을 재원으로 하여 주주가 아닌 자에게 일률적으로 분배하는 모든 시도는 상법 제462조의 강행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앞서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택 앞 집회에서 효력정지 가처분과 무효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날은 법리와 주주총회 의결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도출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다. 핵심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되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것이다. 노사 양측은 총파업 직전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합의 직후 논란은 내부 보상 형평성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옮겨붙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가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임채현 기자
주주 측 "성과급 액수 아닌 배분 권한의 문제"

주주 측은 "성과급의 많고 적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협약문에 담긴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회사의 성과'라는 표현 자체가 노사 교섭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임금은 근로 제공의 대가인 만큼 노사가 액수와 산정 방식을 협의할 수 있지만, 회사의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는 임직원 보상뿐 아니라 연구개발, 설비투자, 배당, 자사주 매입, 재무 안정성 등으로 배분돼야 할 회사 재원이라는 주장이다.


주주운동본부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들은 대법원이 삼성전자 인센티브 관련 사건에서 목표인센티브는 임금성을 인정했지만, EVA 기반 성과인센티브는 임금성이 없다고 본 점을 강조하고 있다. EVA 산식을 통해 제공되던 성과인센티브조차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면, 영업이익 등 회사 성과를 직접 재원으로 삼는 특별경영성과급은 더더욱 임금이나 급여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임금이 아니면서 이익도 아닌 제3의 범주를 창설할 권한은 노사 어느 쪽에도 부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462조도 이들이 꺼내든 핵심 근거다. 해당 조항은 회사의 이익배당을 배당가능이익 범위 안에서 하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주주운동본부는 실질적으로 회사 성과의 분배라면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조와 경영진이 합의한 성과배분안이라도 주주를 설득해 주총 의결을 받는다면, 절차적 하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곧바로 위법 단정 어렵다"…실제 지급 땐 이사회 책임 쟁점

다만 법조계에서는 주주단체의 주장이 실제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근로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상법상 이익배당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에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조항이 들어간다고 해서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주주들은 이러한 반론에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구조가 재무 상황과 무관하게 고정될 경우, 이사회는 지급 시점마다 회사의 재무 여력과 장기 투자 계획, 주주환원 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노사 합의안 마련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점 역시 주된 근거로 들고 있다.


향후 사측이 주주 총회나 기타 의사 결정을 거치지 않고 단체 협약만을 배경으로 고액 성과급을 집행한다면, 주주들은 이사회 및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배임 논란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재계도 주시…삼성 선례 확산 우려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도 이번 논쟁의 범위를 더 넓혔다.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가 커지자 정부는 긴급조정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개별 기업 손실을 넘어 수출, 협력사, 금융시장,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AI 인프라 시대의 성과를 특정 기업 내부의 배분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사회적 환원론도 제기됐다.


재계는 이번 합의가 다른 대기업 노사협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제조기업이자 주요 상장사인 만큼, 영업성과 연동형 보상이 노사합의로 제도화될 경우 유사한 요구가 다른 고성과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배터리처럼 업황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큰 업종에서는 성과급 산식과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내부 보상 갈등도 계속…찬반투표 이후 과제 남아

삼성 내부의 보상 형평성 논란도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등 여러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종합전자회사다. 이번 임금협상에서는 DS부문 성과급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보상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DS 내부에서도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 간 실적 격차가 커 성과 배분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이후에도 내부 설득과 외부 설명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DS와 DX,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의 보상 기준을 조율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성과급 구조가 투자 여력과 주주환원 정책에 미칠 영향을 시장에 설명해야 한다. 합의안이 가결되면 총파업 리스크는 일단 해소되지만,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둘러싼 법적·재무적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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