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황금종려상은 어디로? '작가주의 3파전'과 가장 뜨거운 '호프' [D:영화 뷰]
입력 2026.05.22 16:53
수정 2026.05.22 16:54
23일 폐막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폐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올해 황금종려상의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 영화 관계자들과 평단 반응을 종합하면 올해 경쟁 부문은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파더랜드’,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미노타우로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3파전 양상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하마구치 류스케ⓒ뉴시스 /AP
영국 영화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발행하는 스크린데일리가 공개한 경쟁작 평점에서도 세 작품은 상위권을 형성했다. 경쟁작 22편 가운데 ‘파더랜드’가 4점 만점에 3.3점으로 선두를 달렸고, ‘미노타우로스’가 3.2점,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가 3.1점으로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세 작품 모두 매우 전통적인 의미의 ‘칸 스타일’ 영화라는 데 있다. ‘파더랜드’는 전후 독일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토마스 만과 딸 에리카 만의 여정을 통해 응시하는 작품으로, 개인의 기억과 국가의 비극을 교차시키는 방식이 인상적이라는 의견이다. ‘미노타우로스’는 고전적 불륜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권력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며, 즈비아긴체프 감독 특유의 차갑고 정교한 시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역시 삶과 죽음, 돌봄과 관계의 균열을 섬세하게 응시하며 유럽 평단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이는 결국 올해 칸 경쟁 부문 전체의 분위기와도 연결됐다. 올해 경쟁작들은 대체로 거대한 서사보다 인간의 내면과 사회 구조를 응시하는 작가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견해가 이어졌다. 정치적 맥락과 역사적 상처,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 주요 키워드로 반복됐고, 심사위원단 역시 비교적 정통적인 예술영화 문법에 가까운 작품들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박찬욱 감독으로,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나홍진 감독 ⓒ뉴시스/AP
이런 흐름 속에서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올해 경쟁 부문에서 가장 독특한 위치에 놓인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공개 직후부터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외신들은 영화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장르적 에너지와 SF 괴수물을 넘어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력을 극찬했다.
무엇보다 ‘호프’는 최근 칸 경쟁 부문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SF와 괴수물, 추격 액션, 스릴러의 문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작품은 나홍진 감독 특유의 광기 어린 연출과 속도감으로 관객을 밀어붙였다.
다만 화제성과 수상 가능성은 별개라는 분석 역시 우세하다. ‘호프’는 블록버스터 성격의 SF 액션 스릴러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칸 수상작 계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언급이 나왔다. 화려한 볼거리와 장르적 쾌감은 압도적이지만, 서사의 밀도나 철학적 깊이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때문에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동시에 올해 경쟁 부문에서 가장 강렬한 장르영화였다는 평가는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몇 년간 칸 경쟁 부문이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정적인 예술영화 중심으로 흐르던 가운데, ‘호프’는 오랜만에 영화제 현장을 뜨겁게 달군 장르영화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공개 직후부터 폭발적인 화제성을 끌어모으며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작품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올해 칸이 결국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파더랜드’, ‘미노타우로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가 보여주는 정통 작가주의의 흐름 속에서, ‘호프’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영화제의 분위기를 뒤흔들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