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 성장 착시…韓 경제, ‘K자형’ 양극화 심화
입력 2026.05.22 14:42
수정 2026.05.22 14:45
반도체 수출 비중 41.7%…19.0%p↑
반도체 호조…경제성장률 전망치 끌어올려
글로벌 AI 투자 둔화 시 변동성 커 우려
일각선, 반도체 외 AI 산업 기업 발굴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은 생산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유가 장기화와 불안정한 내수 여파로 반도체를 제외한 분야는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전쟁 여파로 생산비용과 물가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중심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AI 투자 둔화 시 경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향후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경쟁력을 갖춘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수출 202.1% 증가…수출 비중 19.0%p 올라
2026년 5월 1~20일 주요품목 수출현황.ⓒ관세청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2.1%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41.7%로 1년 전보다 19.0%포인트(p) 확대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국가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하며 경제 성장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2026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5%로 0.6%p 상향 조정했다. KDI는 반도체 수출 증가가 성장률 상향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중동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보다 반도체 수출의 긍정적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이라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중동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반도체 산업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외 부진 여전…가계 체감과 괴리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모습.ⓒ뉴시스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전반은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NABO 경제동향&이슈’(2026년 5월호)에 실린 ‘최근 반도체와 반도체 이외 제조업의 경기 양극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외 제조업은 고환율과 금리 상승, 수요 부진 등의 요인으로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석유화학·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가동률이 하락하며 구조조정 상황까지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여파로 장기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에 의존한 이른바 ‘K자형 경기 회복’은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향후 글로벌 AI 투자 수요가 둔화할 경우 성장세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또 실질적인 체감 경기와도 괴리가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를 제외할 경우 전반적인 성장세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예정처는 “반도체 산업은 자본 집약적 업종으로 매출 증가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낮아 반도체가 견인하는 거시 지표와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와 괴리 현상이 발생한다”며 “반도체 수출 호조로 국가 전체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6.1%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가계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4.6%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동발 물가 충격·불확실한 반도체…AI 산업 육성론 부상
여기에 회복 조짐을 보이던 내수 경기마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전쟁 여파로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다.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경우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규철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중동전쟁으로 생산비용이 빠르게 상승했고, 소비자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물가상승률이 다소 확대되고 시장금리도 상승하고 있다”며 “이처럼 부정적인 요인이 조금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당히 크다. 주요 AI 기업이 얼마나 투자를 할 것인가, 그것이 우리 반도체 수요를 결정할 것”이라며 “투자 증가율을 계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또 그 폭이 작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반도체 중심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AI를 산업 전반에 접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정처는 “AI 반도체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내수기반 확대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과 인력 양성 등에 관련된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로봇, 스마트 제조, 자율주행 등 반도체 제조 이외의 AI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전략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외에 제2, 제3의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AI 산업에 따른 고용 재편 방안을 강구하고, 기존 산업도 AI를 활용한 경쟁력 있는 신산업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