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다음은 '무인 전장'…K-방산, NATO 시장서 새 승부수
입력 2026.05.19 15:06
수정 2026.05.19 15:06
러·우 전쟁 이후 NATO 무인화·대드론 전장 부상
한화·현대로템·LIG 전시회서 미래 전투체계 공개
바이 유러피언 대응…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 강화
1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인근 야외 전술훈련장에서 진행된 성능 시연 행사에서 루마니아 군 및 정부 등 주요 관계자 등이 참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재무장 기조 속 ‘바이 유러피언’ 흐름이 강해지면서 국내 방산 기업들도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천무 등 화력 중심 수출을 넘어 무인 플랫폼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대드론 대응 역량 등을 앞세운 미래 전투 체계를 차세대 성장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19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 D&A 등 국내 기업들은 최근 루마니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BSDA 2026’을 계기로 무인화·네트워크 기반 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유럽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의 무기 조달 기준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전차·자주포 중심의 화력 강화에서 나아가 병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무인 체계와 드론 대응 능력, 실시간 전장 정보 공유 체계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 NATO 회원국들은 위험 지역에 병력 대신 무인 차량을 먼저 투입하고 유인 장비가 후방에서 이를 통제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화력 체계를 기반으로 이미 유럽 시장에 진출한 ‘K-방산’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화력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무인 플랫폼과 네트워크 기반 체계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를 시작으로 핀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에 K9 자주포를 공급했고, 2022년에는 폴란드와 K239 천무 계약도 체결했다. 현대로템 역시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대형 계약을 맺으며 유럽 육상 무기 시장 존재감을 키웠다. LIG D&A는 루마니아와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신궁 사업을 진행하며 한국 방공 체계의 NATO 시장 진출 사례를 만들었다.
다만 최근 유럽 내에서는 방산 공급망을 역내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역내 생산과 기술 이전 요구가 강화되면서 단순 무기 판매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미래 기술과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과 성능 개량형 ‘그룬트’, 에스토니아 밀렘 로보틱스와 협력한 궤도형 무인차량 ‘테미스-K’ 등을 앞세워 루마니아 차세대 무인지상차량(UGV) 사업 공략에 나섰다.
최근 밀렘 로보틱스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생산 체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루마니아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성능 시연까지 진행하며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미래 전투 운용 개념을 제안했다.
한화시스템은 AI 기반 위성 영상 분석 솔루션과 스마트배틀십(SBS), 자율항법 기술을 적용한 기뢰 제거 처리기 등을 통해 전장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반 역량을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와 다족보행로봇을 활용한 정찰·화력 지원, 대드론 방어 시연을 진행했다. 위험 지역에 병력 대신 로봇 플랫폼을 먼저 투입하는 미래 전쟁 개념을 앞세워 무인체계 기술력을 선보였다.
무인화가 미래 전투의 한 축이라면 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통합 방공망 구축은 또 다른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LIG D&A는 신궁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천궁-II, L-SAM, 해궁 등 다층 방어 체계를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지화 전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독일 사무소를 거점으로 유럽 내 협력 기반과 후속 군수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 루마니아 사업 확대 시 현지 사무소 설립도 검토 중이다. NATO 국가들이 무기 성능뿐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망과 유지·보수(MRO) 체계를 중시하는 만큼 현지 거점 확보가 수주 경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도 유럽 시장 공략의 성패가 단순 화력 경쟁력이 아닌 ‘연결성’과 ‘현지화’에 달렸다고 본다. 무인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유인 체계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전장 환경이 보편화되는 만큼, 기존 무기 체계에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접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방산 업체 관계자는 “바이 유러피언 기조가 강해지면서 유럽이 이제 성능 좋은 무기를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 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생산 체계와 기술 이전까지 요구하고 있다”면서 “결국 기존 수출 경험 위에 무인 플랫폼이나 유·무인 연동 기술 같은 새로운 경쟁력을 얼마나 빨리 얹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