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역성장인데 마케팅비 9% 폭발…'아이폰18 출혈경쟁' 참을 수 있을까
입력 2026.05.18 11:15
수정 2026.05.18 11:28
1분기 마케팅비만 2조423억…아이폰18·폴더블 앞두고 재확전 우려
서울 시내 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점에 붙은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KT 위약금 면제 정책 여파로 가입자 유치 경쟁이 격화되면서 통신 3사의 1분기 마케팅비가 합산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제히 "과도한 출혈 경쟁은 지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삼성전자 폴더블 신제품, 애플 아이폰18·첫 폴더블 출시를 앞두고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다시 과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동통신 성장률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체급 유지' 비용만 비대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올해 1분기 마케팅비용은 2조4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조8670억원을 9.4% 상회한다.
단통법 폐지 전이었던 지난해 1분기와 달리 올해 1분기는 KT가 사이버 침해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로 위약금 면제 결정을 내리자 대리점간 가입자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작년 정보 유출 사고로 40%의 점유율이 무너진 SK텔레콤은 1분기 마케팅비로 7408억원을 썼다. 작년 보다 7.1% 늘어난 액수다.
KT는 가입자 이탈 방어를 위해 진행한 각종 프로모션, 고객 감사 이벤트로 판매비가 68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보다 9.9% 늘어난 수치로 두 자릿수 증가율에 육박한다.
해킹 사태 수혜를 톡톡히 누렸음에도 LG유플러스는 1분기 마케팅비용에만 6142억원을 쏟아부었다. 전년 동기 보다 11.7% 늘어난 수치로 3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마케팅비용에 대해 "우호적인 환경임에도 서비스수익대비 마케팅비용이 최근 3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체력 유지를 위한 해 수반 비용이 많아졌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보여줬던 비용 효율화의 기대 효과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 1분기 마케팅 비용ⓒSK텔레콤
마케팅비 9% 급증에 통신3사 “출혈 경쟁 지양”
통상 통신사들은 연간 7조원 안팎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왔다. 이동통신 사업은 가입자 기반이 넓어질수록 꾸준한 요금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초기 유치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가입자를 확보하는 일이 장기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동통신(무선) 매출이 1분기 0.3% 뒷걸음질친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마케팅 비용이 과연 장기 수익성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통신 3사의 합산 마케팅비는 2024년 7조6096억원, 2025년 8조24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분기 집행액만 2조원을 훌쩍 넘어선만큼 작년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통신사들은 "출혈 경쟁 지양" 메시지를 내놨다. SK텔레콤은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단순히 가입자 수 확대만을 위한 과도한 비용 경쟁은 지양하고, 대신 LTV(고객생애가치)가 높은 가입자 확보를 중심으로 시장 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고ARPU(가입자 1명당 평균 매출)·장기 유지·결합 비중이 높은 고객을 중점적으로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KT도 컨콜에서 "판매비 증가에 의한 가입자 확보보다 우회 형태의 저비용 가입자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채널, 중고폰 활용 등의 방식으로 가입자 1명을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을 결과적으로 낮추겠다는 의미다.
KT 1분기 마케팅 비용ⓒKT
LG유플러스는 SKT·KT처럼 직접적인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증가한 마케팅비(6142억원)와 관련해 "효율성을 제고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3사의 발언을 종합하면 소모적인 보조금 전쟁을 치르기 보다 '효율 경쟁'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폰 쏟아지는 하반기…'절제' 가능할까
체력 유지비가 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통신사들이 하반기 '효율 경쟁'으로 전환했지만, 완전한 '절제 모드'로 돌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작년 사고로 잃은 가입자를 다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1분기 핸드셋 가입자 20만8000명 순증을 기록했지만 점유율 40%를 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컨콜에서 "가입자 회복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다양한 채널에서의 고객 유치 노력이 예상된다. 이를 견제할 KT, LG유플러스의 방어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에는 삼성전자 폴더블 신제품, 애플 아이폰 18 및 첫 폴더블폰이 예정돼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신규 폼팩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교체 수요를 잡기 위해 마케팅비를 쏟아붓고 싶은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LG유플러스 1분기 마케팅 비용ⓒLG유플러스
본업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고객 유치 경쟁은 비용 효율을 약화시켜 AI 중심 체질 개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올 1분기 SK텔레콤의 무선 사업 매출은 전년비 3% 줄었고 KT는 0.2%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LG유플러스가 3.7% 성장했지만 경쟁사 사태에 따른 일시적 반사이익 이벤트로 봐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칩플레이션으로 출고가 인상, 보조금 경쟁이 맞물리며 마케팅비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장기 안정적 성장 기조를 구축하려면 통신사들은 단기 출혈 경쟁 보다는 배당·AI 투자·신사업 투자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