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받고, BYD는 못 받는다?…보조금 개편에 수입 전기차 '혼돈'
입력 2026.05.17 06:00
수정 2026.05.17 06:00
기후부, 보조금 평가기준 80점→60점 대폭 완화
벤츠·BMW·폭스바겐 등 주요 수입사 통과할 듯
테슬라·폴스타는 ‘턱걸이’, BYD는 불투명
중국차 배제 논란 불씨…시간·비용 장벽 커져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자동차'가 아닌 '브랜드'에 따라 지급하기로 하면서 수입차 업계가 셈법 계산에 들어갔다. 당초 초안보다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주요 수입 브랜드 상당수는 보조금 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테슬라와 BYD, 폴스타 등 신흥 전기차 브랜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테슬라는 보조금을 받고, BYD는 받지 못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아직 각 업체의 서류 제출과 정부 심사가 남아 있는 단계인 만큼 예단하긴 이르지만, 실제 이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정부의 보조금 개편이 사실상 중국 전기차를 겨냥한 장벽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3일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업체별 서류를 제출받은 뒤 6월 말께 보조금 지급 가능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는 제작·수입사는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 지속성(20점) ▲안전관리(15점) 등 5개 분야에서 총점 100점 가운데 60점 이상을 획득해야 전기차 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기존 보조금 제도가 차량 가격, 주행거리, 배터리 효율 등 개별 차량의 성능을 중심으로 보조금 액수를 정했다면, 이번 개편은 보조금 지급 여부를 ‘업체 단위’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한 차종이 보조금을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브랜드가 보조금 사업에 참여할 자격이 있느냐를 따지는 구조다.
정부 초안 단계에서는 80점 이상을 받아야 사업 참여가 가능한 구조였지만,최종 기준이 60점으로 낮아졌다. 이에따라 당초에는 BMW를 제외한 대부분 수입차 업체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벤츠, BMW,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폭스바겐 등 주요 수입 브랜드 상당수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정비센터를 운영하고, 전기차 신차를 꾸준히 투입해 온 브랜드들은 사후관리 지속성과 환경정책 대응, 안전관리 항목 등에서 일정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생산 기반이 없는 만큼 공급망 기여도에서는 국산차보다 불리하지만, 기준점이 60점으로 내려가면서 전체 점수에서 이를 보완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문제는 테슬라, BYD, 폴스타 등 전기차 중심 브랜드다. 기존 완성차 수입사와 달리 국내 사업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거나, 정비망과 부품 공급 체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폴스타의 경우 보조금 기준을 간신히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BYD는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테슬라의 경우 국내 생산이나 부품 사용 측면에서는 불리하지만, 판매량과 서비스망,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서의 기술 대응 체계 등을 앞세워 일정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스타 역시 국내 판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존 볼보 계열 서비스망과 부산 생산 기반 등으로 평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BYD의 경우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불투명한 관측이 흘러 나온다. 국내 진입 초기인 만큼 정비망과 부품 공급 체계, 장기 사후관리 기반을 단기간에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기존 보조금 체계에서도 LFP 배터리 적용 등으로 보조금 산정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아온 데 이어, 앞으로는 아예 제외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BYD 돌핀 ⓒBYD코리아
만일 테슬라는 통과하고 BYD는 탈락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생산, 고용, 사후관리, 안전관리 등을 평가하는 제도지만, 실제 결과가 중국계 브랜드에 집중적으로 불리하게 나타날 경우 국산차 보호를 넘어 ‘중국 전기차 배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향후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샤오펑, 지커 등 후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경우에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기존엔 차량별로 보조금 전략을 짤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보조금을 정비망 구축, 부품 공급 계약, 국내 조직 확대, 안전·보안 대응 체계 마련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판매 전략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 생태계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기준을 완화한 데는 시장 충격과 대외 리스크를 동시에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전기차 점유율이 높은 테슬라가 보조금에서 제외될 경우 시장의 반발이 상당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이 자동차 관세 카드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전기차 대표 기업인 테슬라가 한국 보조금에서 배제될 경우 불필요한 통상 마찰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리는 분위기다. 중국 전기차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과 고용, 부품 생태계를 보조금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전기차 보조금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단순히 소비자 구매 보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 기반 유지와 소비자 보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조금으로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특정 국가·브랜드에 불리한 장벽으로 비칠 경우 통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조금 기준을 강화해도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과 상품성을 국내 업체가 제공하지 못하면 시장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보조금 체계도 국산차에 상당히 유리하고, 수입차에 불리하게 맞춰져있었다. 국산 전기차를 사면 보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테슬라, BYD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왜 늘고 있는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하는 시점"이라며 "보조금으로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것은 건강한 시장 경쟁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방향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매 시점에 보조금을 지급해 특정 차종의 가격을 낮춰주는 방식보다, 전기차를 산 이후 실제 운행 과정에서 혜택을 늘리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이패스 할인, 공영주차장 할인, 충전요금 혜택, 도심 통행 인센티브 등을 확대해야 소비자가 보조금 유무와 관계없이 전기차를 선택할 유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전기차를 살 수 있는 제도를 늘리지 않고, 강제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려 전기차를 사게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강제로 국산차를 선택하게 하고, 수입차에 불리한 제도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고, 시장의 반발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